종기의 고름을 빨아주는 인자함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는 인자함
  • 이강부 부국장
  • 승인 2007.02.0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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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기의 고름을 빨아주는 인자함을 연저지인 이란 말은 사기의 손자오기열전에 따르면 순수하게 자비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 하에서 베푸는 선행을 뜻한다.
전국 시대 때 오기는 손자와 더불어 병법의 대가로 알려진 사람인데 그는 목적을 위해서는 인륜도 저버릴 정도로 냉혹한 사람이었다.
그는 학문을 배울 때 어머니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지 않다가 스승인 증자(曾子)에게 축출을 당했고 노 나라가 제 나라의 침공을 받았을 때 그를 장군으로 임명하려다가 아내가 제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망설이자 아내의 목을 베기도 했으나 병사들과 함께 진영에 있을 때는 함께 숙식을 하면서 온갖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에 종기가 나서 고생하는 병사를 보자 입으로 종기를 빨아낸 뒤 약을 발라주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이웃 사람이 의아하게 생각하여 그 이유를 물은 즉 “당신 아들은 병사이고 오기는 장군인데 장군이 병사의 종기를 빨아주니 큰 영광인데 그런데도 통곡을 하다니 어찌된 일입니까”하며 물었다.
그런데 병사의 어머니는 “작년에도 오기는 그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주었는데 그러자 그 애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서 목숨도 돌보지 않고 싸우다가 결국 죽었고 이제 다시 자식의 종기를 빨아주었으니 저 애가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게 되어 운다”고 대답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종기를 빨아주는 인자함이 오히려 두려웠던 것이다.
정치의 계절에 표를 얻어 탄생한 자치단체 장들이 민의를 수렴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 속에서 민의를 수렴하려는 진정한 의도가 먼저 표면에 나와야 할 것이다. 단순한 지역의 숙원을 처리하기 위한 소승적인 수단으로보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실시되지 못함에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민의를 수렴하고 이를 실행함에 있어 차기의 표를 의식하고 병사의 다리에 난 종기를 빨아주고 약을 발라주는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포함된 수 순을 밟는 것은 아닌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자치단체장의 이런 행보에 일각에서는 병사의 어머니와 같은 심정에서 종기를 빨아주는 인자함을 오히려 두려운 시각으로 보는 곱지 못함도 있음을 바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민의를 수렴함에 있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눈앞에 당면한 사안이 아닌 진정 관할 지역을 총 망라하는 과제를 염두에 두고 실시될 때 진정한 민의를 수렴했다 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임기 내에 눈에 보이는 치적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당장 눈에 비치지는 않으나 백년지대계의 초석을 세우려는 노력과 의지가 결여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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