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단] 국민연금법 개정,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화요논단] 국민연금법 개정,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 권선택 의원 【 한국지식정보기술 학회장 】
  • 승인 2007.04.0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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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정안 부결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한데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건의를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년 넘게 끌어 온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또 다시 표류함은 물론, 정치쟁점화 되는 양상이다.
일단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4월 임시국회 회기 처리를 목표로 이번 주 내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나, 양당 모두 지난 본회의에 상정됐던 내용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와 같은 입장이라면 개정안의 표류는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연금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는 국민연금 재정이 곧 바닥날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아서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행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가입자들이 아무리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2047년이면 연금기금이 바닥난다. 연금제도를 당장 고치지 않으면, 현재의 유치원생들은 50세가 되는 2050년이면 매달 소득의 30%를 노인들 연금 주는 데 써야만 한다고 한다.
개혁을 늦출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내년이면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생긴 때부터 보험료를 낸 가입자들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가입 20년이 돼 법이 정한 연금을 100% 다 받게 되는데, 완전 연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 그들의 반발 때문에 연금을 깎는 개혁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연말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각 후보가 연금제도를 공약으로 채택하면 인기 위주의 개정안이 남발될 가능성이 큰 점 또한 연금법 개정안의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정당 구조에 변화가 생긴다면 연금법 개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치권이 그동안 국민연금 개혁안을 놓고 논란을 벌여왔지만 각 정당 사이에 내용은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보험료를 현행 9%로 유지하되 급여수준은 현행 60%에서 40%로 낮추자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보험료를 12.9%로 올리되 급여를 50%로 내리자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한나라당은 “그대로 내고 덜 받자”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더 내고 조금 덜 받자”는 것이다. 내용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문제의 인식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그럼에도 개정안이 표류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대로 내고 덜 받는 방향이든, 더 내고 조금 덜 받는 방향이든, 그도 아니면 양자 간에 중간 접점을 찾든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초노령연금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고,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은 우리 모두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대통령 선거가 있든 한미 FTA가 쟁점이 되든, 그리고 유시민 장관의 사의표명에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든 국민연금 개혁은 반드시, 조기에 실천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4월 임시국회에선 합의안을 도출하되, 그렇지 않으면 표결로라도 국민연금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소신이다. 정파적 입장 차이나, 유시민 장관의 거취논란이 더 이상 국민연금 개혁을 미룰 이유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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