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기자수첩]‘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7.04.1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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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이 후련하다” “오래된 체증이 쫙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난 10일 본보 18면에 게재된 ‘농민 울리는 농업협동조합’이란 제목의 기사를 접한 농민들이 본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한 말들이다.
기사내용을 되짚어 보면 ‘사과나무의 진딧물과 소나무의 솔잎혹파리 등 퇴치에 효험이 있는 고독성 살충제인 ‘포스팜’ 액제 500㎖들이 농약을 개인 업소인 서산시 S농자재마트에서는 병당 7,0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서산 D농협만 개인 업소와 같은 금액을 받고 있을 뿐, 태안의 T농협은 8,000원, 서산의 S농협에서는 8,800원에 판매하는 등 똑같은 제품을 병당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1,800원씩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어 농협에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농민입장에서 보면 평소에도 느끼고 한번쯤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체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넘어가곤 했으며 또 농협 말고는 딱히 농자재를 구입할 마땅한 곳이 없어 그냥 믿거니 하고 농협을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농협이 개인 업소보다 각종 농자재를 훨씬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으로 후련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농협의 반응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어떤 농협에서는 “뭐 하러 그런 내용을 기사화했느냐”며 지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했다.
농민들의 농협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경제사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는 계산과 그런 기사 쓰는 기자들은 국물도 없다는 식의 엄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농협은 ‘영리추구에 지나치게 연연’한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만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농자재 가격 폭리문제’가 농협불신 요인 중 빙산의 일각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 이러한 일들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은 최악의 상황이다. 한·미 FTA 협상 타결로 우리 농업은 벼랑 끝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연말결산에서 흑자를 남겨 출자 조합원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경제사업 등 업무 전반에서 조합원의 이익이 우선 고려되는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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