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개헌 논쟁의 끝과 시작
[목요논단] 개헌 논쟁의 끝과 시작
  • 이인제 의원 【 국민중심당 최고위원 】
  • 승인 2007.04.18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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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갑자기 들고 나온 개헌문제가 끝을 향하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들이 만장일치로 ‘개헌을 다음 국회로 넘기자’는 합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끝내 개헌발의를 하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은 5년 단임의 대통령을 4년 중임으로 바꾸는 개헌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단임보다 중임이 책임정치에 부합하고 또 대통령선거를 4년 임기의 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하는 배경에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헌법의 실패로 호도하기 위해 헌법개정을 들고 나온 것이 분명하다. 5년 단임의 대통령, 그리고 선거주기 불일치의 비효율성과 대통령의 실패는 그 본질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빌리면 왕정(王政) 하에서 성공한 군주가 등장할 확률은 10% 남짓이라고 한다. 왕위를 세습할 아들은 제한되어 있고 또 군주 한 사람이 최종 선택하므로 그 이상 좋은 군주를 세울 확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통치자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공화정(共和政)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예를 들면 실제로 성공적인 대통령은 20%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거듭해도 물러나게 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각책임제에서는 정부가 실패할 때 바로 내각총사퇴, 의회해산, 총선거, 새 내각구성이라는 안전판을 가지게 된다.
또 역으로 대통령이 너무 잘하기 때문에 더 국정을 맡기고 싶어도 그렇게 할 방도가 없다. 그러나 내각책임제 하에서는 정부가 잘하면 10년, 20년 계속 집권할 수 있다. 영국의 대처 정부는 11년, 독일의 콜 정부는 18년 집권하며 많은 업적을 이루어내지 않았던가.
이제 우리나라도 20% 성공확률에 매달리다 절망만 키우는 대통령제의 미련을 버릴 때가 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를 그 개인의 문제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대통령제 하에서 성공한 대통령이 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일찍이 헌법을 고쳐 2원정부제로 가자는 주장을 해왔다. 순수 내각책임제는 왕이 존재하지 않고 남북문제 등이 너무 민감해 국정의 중심이 흔들릴 때 자칫 국가존립이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위험을 담보하기 위해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되 그에게는 외교, 안보, 국방, 통일 등의 권한을 준다.
그리고 나머지 방대한 내정의 권한은 의회 다수당이 주도해 구성하는 내각에 집중시켜 책임정치를 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프랑스와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 제도를 반(半)대통령제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력의 크기로 보면 거의 내각책임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발전 단계를 고려할 때 어느 정파, 어는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킬 시대는 지나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만큼 사회는 다원화되고 사람들의 가치관은 다양해졌다. 이제 정부는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국가의 실패로 연결되지 않게 할 새로운 정부형태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바로 이원정부제이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의 강화, 감사원의 국회직속기관화, 지식경제 등 헌법 개정의 수요를 반영하면 된다.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와 정당들이 이러한 헌법개정을 공약하고 대통령 선거 직후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의한다. 노 정권이 불순한 의도로 시작한 헌법개정 논쟁이 끝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국가의 실패를 막을 진정한 헌법개정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뒤로 미루지 말자. 이번 대통령 선거가 헌법개정의 발화점이 되지 않는다면 또 헌법개정은 요원해지고 국민들은 다시 실패한 대통령 때문에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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