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총각들의 멸종
[기자수첩] 한국총각들의 멸종
  • 박희석 기자
  • 승인 2007.04.26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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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총각들은 꼴두기다. 어물전을 망신시키고 있으니 그렇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베트남에서 결혼상대를 구하려는 한국총각들이다.
그러나 이 말이 얼핏 국가망신처럼 보이며 또 건장한 한국인을 멸시하는 말처럼 보인다.
불법결혼중매회사를 통해 베트남까지 건너 가 그곳 상대를 집단으로 옷을 벗겨 알몸조사를 벌이면서 이같은 별명이 나오는 것이다.
이 총각들은 현지경찰에 적발돼 벌금형을 맞고 망신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이 잘못을 이들 총각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에 망가진 블랙홀이 등장했다. 농촌은 고령농업화 된지 오래고 이제 일하는 젊은이가 없다.
그뿐인가. 혹여 남아있는 농촌젊은이를 이 사회가 ‘좀 이상한’눈으로 규정하는 못된 버릇까지 만들었다.
꼴두기는 본디 바다에 사는 생물이다. 큰 바다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이를 잡아 파는 것은 인간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두기가 다 시킨다’는 말도 이 꼴두기가 먹기도 부족하고 값도 나가지 않아 인간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뜻일게다. 아예 고래라도 되면 모를까.
이번 사건도 다를 바 없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고 모든 것이 맞지 않는 현실에 베트남까지 가야하는 그들의 처지가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이를 조장하는 환경이다.
이들을 중개하는 회사도 또 이를 방치하는 정부도 모두 원인제공자들이며 공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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