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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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욘 사원의 여신 양식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2.07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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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프롬 사원의 압사라와 여신상. 자야바르만 7세가 1186년에 어머니에게 헌사한 불교사원이며, 왕이 죽은 후에 힌두 사원으로 개조되었다. 60ha의 사원에 승려 2740명, 압사라도 615명이 소속되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앙코르와트 여신과 대조적인 분위기의 사색에 잠긴 듯한 이미지를 준다.
▲불교이념과 혁신적인 건축예술 ‘록 아트’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이루어진 바욘 건축은 이전의 건축과는 달리 혁신적이었다.
힌두교 대신 불교를 국가종교로 선택하고, 이에 따라서 인간의 얼굴을 한 관음보살이 건축에 등장하고 주춧돌에 수호신이 등장하거나 나가와 가루다가 하나의 몸체로 표현되는 등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자야바르만 7세 시대는 힌두교의 이념을 버리고 국가 종교를 불교로 바꾸면서 건축예술사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21년 동안 재위한 자야바르만 7세는 현재 앙코르에 남아 있는 유적의 절반 정도를 지었다고 할 정도로 건축광이었다.
그리나 이에 비례하여 시간에 쫓기듯 거칠게 조각된 인상을 풍긴다.
뿐만 아니라 회랑의 부조에서나 등장할 법한 조각들이 앙코르 톰의 성문 벽 꼭대기에 위치하고 거칠고 투박한 돌에 정과 끌을 들이대면서 새로운 록 아트의 예술을 가져왔다.
이러한 건축사적 변화를 앙코르 왕도의 바로크 예술로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는 생각이다.
앙코르 와트의 양식이 섬세하고 화려한 고전적인 르네상스 예술이라 표현한다면 바이욘 양식은 남성적이고 동적인 바로크 양식으로 비유할 수 있다.
이전의 형식을 파괴한 결과, 앙코르의 바로크 양식은 바이욘의 사면불(四面佛)이나 왕 자신의 반가좌상(半跏坐像)에서 볼 수 있듯이 백성의 고통을 생각하는 부처처럼 인자하고 서민적인 모티브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여신과 압사라

여신상의 경우를 보더라도 자비로운 미소와 눈을 지그시 감은 관음보살의 조각 모티브에 영향을 받아 눈을 반쯤 감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바이욘 사원의 중앙회랑에 위치한 여신상 조각은 앙코르 와트의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소박하고 은은한 풍모를 지니고 있다.
여신상의 코 또한 이전에 비해 길어지는 데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에게 헌사한 불교사원 타 프롬이 이러한 사례를 보여준다.
여신들의 스커트는 주름이 없어지고 가장자리를 자수로 스티치 했으며 치마 가운데를 삼각형 모양의 프랩으로 장식했다.
상어꼬리 플랩(shark fin front flap)이라 부르는 치마 양식에서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세련미보다는 둔탁함을 드러낸다.
앙코르 톰, 바욘 사원, 프레아 칸, 반테이 크데이, 타 솜 사원 등 자야바르만 7세가 건축한 사원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바로 대승불교의 저변을 흐르는 휴먼 모티브 그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타프롬 사원의 여신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불교 양식이 앙코르 왕조에 유입되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조르쥬 세데스는 눈을 지긋하게 감은 불상 양식은 수리야바르만 1세가 11세기에 점령했던 옛 드바라바티 왕국에서 유입되었고 했다.
이 지역은 현재 방콕과 푸켓 사이에 길게 뻗어있는 반도 지역으로 당나라 현장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서 타라발저로 불렀던 곳이며, 제2대 불교종파인 ‘라바푸리 종파’의 조각예술에서 기원한다.
이 양식은 바욘 시대의 크메르 조각예술에 영향을 주었고, 후기에 가서 시암 예술에 더 큰 영향을 주었다.
세데스는 이 양식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1) 머리를 뒤덮은 원추형의 우샤니샤(ushanisha: 불상의 독특한 두발형태로 소라껍데기처럼 틀어 올린 모습의 나발 ‘螺髮’을 뜻한다). (2) 눈썹의 돌출 (3) 반쯤 감은 눈 (4) 길고 오똑한 콧날의 강조 (5) 턱 부위의 돌출이 특징적이라고 하였다.
원추형의 머리 왕관, 반쯤 감은 눈(앙코르와트 양식에서도 즐겨사용되었다)과 튀어나온 눈썹, 매우 절제된 미소와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그것이다.
물론 손에 꽃가지를 든 모양, 그리고 치마의 양쪽에 장식된 플랩은 후미에 위치하였지만 앙코르와트의 양식도 즐겨 사용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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