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봉사와 헌신, 우리 시대의 희망입니다
[제 언] 봉사와 헌신, 우리 시대의 희망입니다
  • 조 충 호 서산서림초 교장
  • 승인 2009.07.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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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모처럼 만에 천수만 너른 들녘에 다녀왔습니다. 푸름이 더하여 진한 생명력을 만들어 내는 들녘은 내일의 풍요를 약속하고 있었습니다. 그 들녘의 푸름 위로 고추잠자리들이 날고 있었습니다.
요즈음 들어와 집중 호우 등 유난히 자연 현상이 사나와지고 있는 현상을 자주 목도하게 됩니다만 천수만을 안고 있는 너른 들녘은 푸름이 넘쳐나는 청산, 쪽빛 물결 넘쳐나는 파란 바다를 펼쳐 보이며 여름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의 지축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또 한 번 우리의 살림살이는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외환위기, 미국발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가 순환식으로 반복되면서 세상살이가 점차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세계 경제가 회복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들이 나오고는 있습니다만 아직도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다시피 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모두가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해하며 공동체의 번영이나 이익, 또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배려 등에 인색해지는 사회 풍경을 자주 목도하게 됩니다.
특히 우려할 만한 일은 여론을 만들어내고 여론을 주도할 만한 위치에 있어 다른 이들에게 본을 보여야 할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우는 이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넘어서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활이 어려워지고 내가 딛고 있는 자리가 위태로와 보여 자꾸 작은 것을 탐하다 보다 큰 것을 잃는 우가 넘쳐나는 사회 현상에 접하면서 종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시오노나나미 여사의 ‘로마인 이야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사의 역작인 ‘로마인 이야기’ 15편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가진 자의 책무 즉 노블레스 오블레주(noblesse oblige)였다고 봅니다.
노블레스 오블레주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 및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과 함께 사회지도층 인사의 절제와 봉사 헌신 그리고 진퇴를 분명히 하는 아름다운 삶의 자세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초기 로마 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져서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대형 건축물이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경구를 만들어 낸 대부분의 가도 등이 이런 정신의 발현이었다고 합니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원로원에서 귀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분의 1로 급격히 줄어든 것도 계속되는 전투 속에서 귀족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 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시오노 여사의 말이었습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특히 전쟁과 같은 총체적 국난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2009년 오늘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입니다. 또 한번의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의 높은 파고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런 극한 시점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다시피 하는 쌍용자동차 등 위기에 몰린 기업의 이야기와 그 노동자들의 삶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때 일수록 사회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나보다는 먼저 남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모든 이들이 이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지도층 인사부터 어려운 난국 극복을 위하여 솔선수범하고 봉사 헌신하며 진퇴가 분명한 삶의 궤적을 보여 줄 때 이는 아름다운 전염이 되어 어려움에 처한 국가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밑 거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그런 아름다운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들에게 격조를 갖춘 삶, 향기 있는 삶을 영유하고 계신다는 아름다운 칭송과 찬사를 보내 드릴 준비를 다하고 있습니다.
먼저 솔선수범하며 낮은 자세로 임하고자 하는 이들은 각박해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경종을 울릴 수 있으며 이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갈 새로운 사회 현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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