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이유 있는 반항
[제 언]이유 있는 반항
  • 유 병 옥 논산보호관찰소 보호관찰관
  • 승인 2009.09.02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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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2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James Byron Dean(제임스 딘) 주연 미국 청소년영화의 대표작인 ‘이유 없는 반항’의 영향으로 청소년기의 반항을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하였다.
물론 청소년기의 심리상태를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겠지만, 그러나 ‘이유 없는 반항’이 어디 있겠는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대’라고 하지만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다고 생각한다.
보호관찰소에는 검사가 소년 피의사건을 처리하면서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소년의 품행, 경력, 생활환경, 요보호성 등에 관한 조사를 요구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소년의 교화·개선에 가장 적합한 처분을 결정하도록 하는 결정 전 조사업무가 있다.
얼마 전 폭력비행인 한 소년의 결정 전 조사서를 작성할 때의 일이다.
중학교 3학년인 소년은 조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다리를 꼬며 비스듬히 앉아있는 태도가 불량하여 조사자가 ‘바르게 앉아주면 안되겠니?’라는 말에 그 소년은 ‘내 자세가 어떠냐?’며 대뜸 시비조로 심한 반항심을 나타낸다. 잘못하면 한대 얻어맞을 분위기다.
조사를 하면서 소년은 좀처럼 성의 있는 대답을 하지 않아 조사자가 ‘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소년은 퉁명하게 ‘예전부터 반성했다.’ ‘왜 비행을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는 ‘4개월이나 되었는데 어떻게 아느냐?’며 도대체 성의 있는 답변은 없고 기성세대에 대해 심한 반항심만 나타낸다.
자세한 조사를 위해 소년의 집을 방문, 소년의 보호자인 조부모와 면담하면서 조부모는 한때는 남부럽지 않았지만 IMF사태를 겪으면서 사업이 망해 가정이 해체되면서 당시 갓 결혼한 소년의 부모는 소년이 출생한 직후 이혼하여 모는 행방을 모르고, 부는 집을 나간 후 노숙자로 전락해 가끔 부에게서 전화가 와 소년을 찾지만 소년은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하며 부모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다고 한다.
소년은 중학교 2학년 때 운동선수로 운동을 시작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충남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하며 뛰어난 재능을 보였지만 학교 선배들의 시기에 의해 심한 구타를 당한 후 제대로 항변조차 못한 채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후유증으로 치료하며 실의에 젖어 자살도 수차례 시도하였다고 한다.
소년의 조부모는 생활보호대상자로 극도의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어 소년을 도와 줄 처지가 못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버림받고 팽개쳐진 무관심속에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원망과 반항심으로 가득 찬 소년에 대한 조사의 결론은 전문가의 상담에 의한 심리치료와 사랑에 굶주린 소년에게 애정 어린 칭찬과 격려의 성행교정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후 소년의 집을 몇 차례 방문하였지만 소년을 만나지는 못하고 소년의 조부모는 전문가의 심리치료로 많이 좋아졌다며 조사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누가 이 소년을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 하겠는가? 앞으로 시간이 주어지는 한 소년을 자주만나 따뜻한 격려의 말이라도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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