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기름에도 指紋이 ?
[제 언] 기름에도 指紋이 ?
  • 김 한 규 해양경찰학교 해양환경학과 교수
  • 승인 2009.11.26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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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울산시 북구 정자앞바다에 길이 3.7km, 폭 20m 의 기름띠가 해안으로 몰려왔다.
인근을 지나던 선박이 폐유 약 500리터 가량을 몰래 배출한 뒤 달아났던 것이다.
해양경찰은 이 무렵 오염해역을 항해하였거나 정박 중이었던 선박 65여척을 대상으로 40여 일간의 끈질긴 추적 끝에 도주 선박을 적발하였다.
사고선박은 중국에서 곡물을 수입하는 벨리즈 국적의 2000톤급 화물선으로 기관실 폐유를 몰래 버린 뒤 다시 국내로 입항하다 추적반에 덜미를 잡혔다.
자칫 미궁에 빠질 뻔한 이번 사건을 해결한 건 선박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 기름지문을 이용한 유지문(油指紋) 분석기법(oil fingerprinting method) 이었다.
해상에 유출되는 기름으로는 원유, 연료유, 윤활유 및 유성혼합물인 선저폐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유와 석유제품에는 다른 기름과 구별되는 탄화수소의 구성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원유의 경우 생산지에 따라 특징이 다르게 나타나며, 연료유의 경우 동종의 기름이라 할지라도 그 원료가 되는 원유의 고유한 특성, 생산 공정 및 생산시기 등에 따라 차이점이 발생한다.
또한 생산시기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선박의 연료탱크 내에 잔존유가 존재할시 이러한 잔류유와의 혼합에 의해 구별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구별되는 특징적 차이를 이용하여 동질여부를 판정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유지문기법이라 한다. 즉, 유지문기법은 정밀 분석장비를 이용해서 기름마다 지니고 있는 특성을 밝혀내 해상에 기름을 유출한 선박을 찾아내는 방법이다.
해양경찰에 해양오염관리기능이 부여된 1978년부터 시작된 유지문 분석기법은 그 역사만큼의 축적된 자체기술과 선진국의 분석기법을 접목하여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왔다.
현재 해양경찰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분석기능은 국제 수준으로까지 도약해 개발도상국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2007년에는 베트남의 동·남부 해안 약 800km가 오염되어 해양생태계 피해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겪고 있었던 불명사고의 원인을 규명해 주기도 하였다.
또한 해양경찰에서는 세계 최초로 기존의 분석기법의 정확도와 신속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1시간 이상 소요되던 분석시간을 30분 이내로 유출물질을 판별할 수 있는 패스트(fast) 분석기법을 개발하여 현장에 활용하고 있어 쉽게 검거하기 어려웠던 불법배출사건을 계속 적발하는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유지문기법이 해양오염사범 적발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수면 오염사고, 토양오염 등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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