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 안전불감증 반드시 되짚어 봐야
[제 언] 안전불감증 반드시 되짚어 봐야
  • 최경식 홍성소방서장
  • 승인 2009.12.28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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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일이 발생 했다.
경보소리를 듣고 가족들과 함께 비상계단을 통해 아파트를 신속히 빠져나간 후 일정한 거리를 벗어난 안전한 장소에 가족들을 대피시켰다.
그리고 바로 다시 아파트로 달려가 각 층을 돌며 비상구를 개방하고 화재의 징후를 살펴보았다. 그렇게 5분정도가 흘렀고 잠시 후 아파트 방송을 통해 경보기가 오작동 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가족들이 대피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중 문득 놀랍고도 무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요일 한 낮의 달콤한 오침을 깨울 정도로 요란하게 화재경보 벨이 한참 동안을 울렸지만 몇 사람이 밖을 두리번거릴 뿐 아파트 밖으로 대피한 사람은 우리 가족 뿐 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현재 우리들의 안전 의식의 현주소 인 것이다.
만일 경보기 오작동이 아닌 실제 화재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대사회는 산업화 등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편리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한 공동주택(아파트)이 주택에 대세를 이루고 있고, 그 형태 또한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고층화 되고 있어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할 경우 화재가 발생한 집이 아닌 다른 집에서는 당연히 화재 발생 여부를 알 수가 없어, 화재의 인지 및 대피에 관한 모든 것을 소방시설에 의존해야하는데 우리는 과연 소방시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의 고층아파트 일정 층 이상의 베란다는 화재 시 파괴하고 옆집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한쪽 벽면을 경량철골구조 칸막이로 설계하고 있고, 밖으로 비상탈출 할 수 있도록 완강기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비상탈출을 위한 경량철골구조 칸막이 부분에 붙박이장, 선반 등을 설치하여 ‘내 가족의 생명의 문’을 스스로가 막아버리는 과오를 범하고 있고, 완강기 등의 피난기구 또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어딘가 구석에 고이(?) 모셔지거나 버려지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또한 화재 발생 시 소방차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만들어 놓은 소방차전용공간 내 불법 주정차, 조경물, 전선 등으로 인해 고가사다리차가 진입을 할 수 없는 경우 또한 다반사이다.
과연 이 세상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과연 존재하는가? 나와 내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이러한 위험천만한 행동을 우리는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가?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천하가 평화롭더라도 위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말처럼 지금이라도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반드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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