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언]보호관찰관의 새해 소망
[제 언]보호관찰관의 새해 소망
  • 채홍종 대전보호관찰소 천안지소 책임관
  • 승인 2010.01.1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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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새해벽두 한파와 폭설이 전국을 강타했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2010년 1월 첫째주 필자는 보호관찰대상자의 현장지도를 위해 천안시 동남구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대상자의 주거지로 출발했다.
도심 도로의 제설작업은 다 되었으나 시골 동네로 접어들자 도로상의 눈이 그대로 방치되어 빙판을 이루고 있었다. 대상자의 마을에 이르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입구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눈길을 헤쳐 대상자의 집에 이르자 바깥 출입을 전혀 하지 않은 듯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필자가 방문한 보호관찰대상자는 2009년 4월에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농작물 절도로 보호관찰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천안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중인 대상자이다.
20대 중반에 폐차장 및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중 허리부상을 입은 이후 근로의욕을 상실한 채 집에서 혼자 지내오다 허기를 달래려 주거지 인근 타인의 농경지에 침입하여 벼, 도라지 등을 절취하여 본건에 이르게 된 자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상자는 몇 해 전부터 소화기 장애로 음식물을 섭취하면 구토를 하여 정상적인 생활이 곤란한 독거 상태임에도 주변인, 형제들의 무관심 속에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 후 관할 기관에 방문, 대상자가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이로써 대상자의 처지가 관련기관에 전해지면서 보호관찰소와 유관기관의 공조체계가 갖추어 지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대상자의 주거지에 방문, 노크를 하자 대상자는 보호관찰관의 방문임을 직감한 듯 문을 열자마자 우편물을 한통 건네며 이 서류가 무엇인지를 봐 달라며 건넸다. 우편물을 개봉한 결과 그것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는 통지서 였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자, 대상자는 밝은 표정으로 항상 관심을 가져 주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하였다.
필자는 다음 주에는 대상자를 직접 데리고 병원에 내원하여 소화기 장애에 관한 진단을 받게 할 예정이다.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할 국민이 사회의 무관심으로 범죄자가 되는 경우 업무를 하면서 가장 안타깝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나의 자그마한 수고가 어느 한 사람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새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든 저 눈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따듯한 정이 수북이 쌓였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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