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연가 제6장 고행의 길 문화예술 (75) 열쇠
대흥동 연가 제6장 고행의 길 문화예술 (75) 열쇠
  • 김우영 작가
  • 승인 2007.06.13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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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로 여사 부부는 귀국 후 흐뭇해했다.
딸 보라도 한국에서의 약혼 파혼으로 인하여 처음엔 고통스러웠지만 용감했던 지난날의 과감한 선택을 지금은 다행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항까지 마중 나온 사위가 하는 말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
“아버님, 어머님. 나중에 연로하시어 힘들고 외로우시면 저희들한테 오세요”
“이곳 미국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이 잘되어 있어 노인 천국이예요”하며 볼에 키스까지 하는 사위가 그렇게 이쁘고 믿음직 스러워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금선로 여사부부는 서로 손을 잡고 절로 나오는 눈물을 주체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늘은 금선로 여사가 중구청에서 개최하는 관내 부녀회원을 대상으로 갖는 ‘알뜰 결혼 길라잡이’란 주제의 강의가 있는 날.
일찍 일어나 진하게 화장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남편인 박수돌씨가 담배를 피워 물며 말을 건다.
“왠 여자가 그렇게 센티 화장을 하냐?”
“왜, 누가 채 갈까봐 겁나유?”
“쳇 당신같이 쉰이 넘은 여자를 누가 쳐다봐”
금선로 여사는 붉은색 립스틱을 찍어 바르며 남편을 힐끗보고 말을 한다.
“나 이래봐도 미국인 사위한테 볼에 키스 세례를 받은 사람이예요. 그래서 이렇게 흥이 절로나요 . 아주 최고로 절로---”
“뭐, 뭐요욧 …… ”
중구청 회의실에는 입추에 여지없이 많은 청중들로 메워졌다.
사회자의 소개로 단상에 오른 금선로 여사의 모습이 오늘따라 우아하고 아름답다.
흰 블라우스에 짧은 분홍색 스커트, 짙게 찍어 바른 붉은 립스틱의 정열적인 자태가 사뭇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를 닳은 듯 했다.
“여러분! 어떻게 해야 자녀들의 행복을 가져다 줍니까. 롤렉스 시계, 값비싼 예물, 예단, 금도장 …… 이런 것이 아닙니다. 열쇠 3개면 충분합니다”
“그게 뭔지 아세요. 여러분?”
“첫 번째는 결혼해 살아갈 신랑 신부의 행복에 마음을 열 열쇠, 두 번째는 두 사람이 사랑으로 여는 몸의 열쇠,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2002년을 가슴 벅차게 열어갈 21세기의 열쇠입니다”
“이 세 가지 열쇠이면 우리들의 자녀는 충분한 행복과 사랑을 나눌 것 입니다”
“여러분 안 그렇습니까?”
“야후---야후--”
“짝 -- 짝-- 짝-- ”
구청 회의실을 가득 메운 1천여명의 부녀회원들은 금선로 여사의 열변에 매료되어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의 액센트와 침 튀기는 명 연설은 가히 압권이었다.
금선로 여사의 강의에 축하라도 하려는 듯 대흥동 하늘에서는 가는 비가 사르륵 사르륵 내려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그것도 초여름 푸르러움을 더하는 성하의 계절에 햇빛은 유난히 따사롭고 축복이 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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