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얼척없는 정 前 대표의 막말들…
[기자수첩]얼척없는 정 前 대표의 막말들…
  • 이규복 기자
  • 승인 2010.09.16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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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2주일간의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오랜만에 회의석상에 얼굴을 비쳤다. 그동안 해외에 있어서 카메라의 주목을 받지 못한 설움을 풀려는 것인지 작심하고 참 오랫동안 많은 말을 했다.
헌데 하필이면 지난 13일 국방부가 발표한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 최종 보고서’를 언급하며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을 해 또 다시 그의 사고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만들어 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 자리에서 “이틀 전 국방부에서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발표를 했는데 제가 아는 바로는 3월인가 천안함 사건이 처음 났을 때에는 국민들의 70% 정도가 정부 발표를 다 믿었는데 최근에는 그 반대로 국민들의 70% 정도가 오히려 잘 믿지를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것이 정말 사실인지 여러분들한테 문의하면서 확인도 해봤다”며 “천안함 사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국가 중에 하나가 중국인데 중국정부에서 하는 말이 너희 나라 국민들도 안 믿는데 왜 우리가 너희가 발표한 보고서를 믿어야 하냐며 반문을 한다고 한다. 걱정스런 일이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떨까.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될 수 없을까 생각을 해 본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심각한 국가적 사태이자 전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분노했던 국민적 사건을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믿지 않으니 ‘묻어 버지자’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경상도 출신)의 얼척없는(경상북도 방언)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 전 대표는 “9·11사태가 일어 난지 9주년 됐으며 미국도 이 사건으로 아주 큰 상처를 입었고 뉴욕 맨하탄 한복판에서 3000명이 한 번에 죽은 큰 대형 참사이기에 미국과 이스라엘에 의한 음모론도 거론됐고 그것을 믿는 국민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이야기 들었다”며 “천안함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 관련 특위를 다시 열면 그 특위가 오히려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아닐지 많이 우려 된다”고 말했다.
천안함과 관련한 그의 어처구니 없는 막말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천안함 사건 발생 당시 한나라당 대표직을 수행하던 그는 4월 7일 최고위원 회의석상에서 “미국의 경우 911테러이후 진상조사를 위해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무려 10개국 1200명을 조사했다”며 “당시 수많은 전.현직 고위관리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뉴욕의 한복판에서 무려 3000명이 희생된 911사태로 해임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천안함과 관련해 야권에서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관련자들의 해임을 요구하는데 따른 반론을 펴고자 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자 정권을 좌우하는 여당의 대표로서 적절한 발언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다음날인 8일에도 되풀이 됐다. 그는 또다시 최고위원 회의에서 “사고원인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제 시작단계인데 정치권에서는 군 수내부의 해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고 총리, 장관의 사퇴를 거론하고 있다”며 “어제 말한 것처럼 미국의 경우에는 뉴욕 한복판에서 2995명, 3000명이 사망한 911테러 이후에 1년8개월 동안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관료 등 1200여명을 조사했는데도 인책 퇴임 된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재차 발언했다.
당시 정 전 대표 911사태를 비유로 한 자신의 표현이 괜찮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 같은 정 대표의 발언을 전해들은 당시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아니올시다’ 였다.
A씨는 “아니 3000명이 죽었는데도 징계 받은 사람이 없었다는 말은 그럼 천안함으로 숨진 사람이 50명도 안되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뜻이냐”라고 비난했다.
B씨는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어 천안함 사후 조사에 따른 책임공방을 위한 방어막을 치려는 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설혹 미국이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말 옳은 결과인지 한번 생각해보고 언급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살면서 종종 듣는 속담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가 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의 적절하지 못한 대처와 오락가락하는 발표가 국민들로 하여금 무언가 있다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고 지금도 당당하게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태영 장관은 16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천안함 사건 잘못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실질적인 군 수장인 장관은 과연 아무 잘못이 없을까 의문이다.
끝나지 않은 천안함 사건의 논란을 종결짓기 위해 정몽준 전 대표의 말처럼 ‘덮어버리고 잊어버리려’ 할지 아니면 북한의 자백을 받아낼지 향후 정부와 여당의 행보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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