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세론의 덫
[데스크 칼럼] 대세론의 덫
  • 강재규 부국장
  • 승인 2007.06.2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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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을 보면 한나라당 두 후보가 종횡무진으로 정권을 향해 용솟음치는 형상 속에 소위 범여권이라는 사람들이 이합집산 하며 조금씩 움직이는 형국이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임기 마지막까지 헤게모니를 쥐고 싶어 막말과 궤변, 초유의 헌소제기 등등을 마다않는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판 흔들기뿐이다.
대선을 5개월여 남기고 우리에게 정말 후진적이고, 쪽팔리는것은 늘 새로운 판짜기를 거듭한다는 사실이 가관이지만 꾹 참고 지켜보자. 미국 민주당의 나이가 179년, 공화당153년, 영국 보수당 175년, 노동당 101년, 독일 민주당 128년은 그저 부러울 뿐이다. 일본만 해도 그렇다. 일본 대표 자유민주당도 중년인 50년을 넘겼다. 우리에겐 제일 길다는 쪽이 충청을 맹주로 하는 자민련인데, 10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그런 헌정과 정당사에 다시 통합움직임을 보이는 소위 범여권을 보자. 통합을 이루든, 아니면 이루지 못해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 대선 출마를 하든, 그건 그들의 사정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들에게서 조금도 조급함이나 서두름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들 범여로 통칭되는 부류에서는 그나마 일찌감치 출마포기를 선언한 김근태씨를 빼고도 물경 15명이 넘는다. 도토리 키재기식인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빅2를 포함해 다 해야 5명이 경선에 나섰다. 표를 나눠먹는 식으로 치더라도 범여로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지지율을 다 합해도 20%도 안 된다. 반대로 그런 사정이 지금의 한나라당이라면 아마도 그쪽 보수 부류 사람들은 난리법석이 났을 것이다. 현실로 돌아와 한나라 빅2만의 지지율만 해도 60% 이상을 오르내리는 반면 앞서 범여 주자들은 대부분 1% 안팎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나라 이-박 두 후보의 검증싸움이 가열차면서 범여 잠재 후보중의 한 사람인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이 말한 “이 번 대선은 한나라당이 99% 승리”라고 한 부분이다. 유시민은 1% 발언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도 일찍이 한자리 수에서 출발해 대권을 쥠으로써 대권의 심리적 벽의 높이를 낮췄다.
한나라당 사람들이 경계하는 것은 1% 속에 나타날 새로운 돌발변수들인데, 이를테면 대선 직전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것들일 게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정말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일 테지만 바로 대세론에는 덫이 있다는 점이다. 대세론에 거푸 두 번 울지 않았던가. 그래서 최근 검증폭탄에 지지율 하향세를 보이는 이명박씨를 두고 이명박 대세론은 꺾인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투자전문회사 BBK 연루의혹, 위장전입 의혹 등 도덕성 논란은 물론이고, 핵심 브랜드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계획도 십자포화를 받고 있다. 대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가라앉는 1위만큼 불안한 사람은 없다. 우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근혜 전대표와의 격차부터가 한자리수로 줄어든 것 만해도 불안하다. 일반 여론조사만이 변수가 아니라는 국민경선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후 이명박 대세론의 지역적 기반이었던 TK에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역전된 대목을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여론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의 도덕성 문제에 매달리고 있지만 누가 더 일을 잘 할 것이냐의 문제에 돌아오면 유권자들의 지지도가 박 전대표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속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하는 쪽도 있다. 대신에 이 둘의 싸움을 이이제이(以夷制夷)하며서 속으로 웃고 즐기는 청와대와 범여쪽은 실은 이명박 때리기를 하면서도 정말 두려워하는 쪽은 이명박 전시장 보다는 이제껏 모든 선거에서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이다. 흔히 역사는 동시성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두 차례의 학습효과를 거울삼아 대세론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덫에 걸려 재차 함몰하고 말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덫에 걸린다면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어차피 대세론은 무망한 것이란 명제가 성립되는 셈이고 덫에서 빠져 나온다면 본선보다 더 흥미로운 예선을 팬서비스하는 셈이다. 하지만 덫에서 빠져 나와도 이인제로 시작해 김대업으로 이어진 학습효과에 이어 제3의 학습효과에 대비, 학습효과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8월 19일까지 남은 시간은 1개월하고도 3주 가량. 이 시간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에게는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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