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은행잎 곱게 말려 연하장 보내봤으면
[기 고]은행잎 곱게 말려 연하장 보내봤으면
  • 임종미 금산우체국장
  • 승인 2011.11.02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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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추석도 지나 조금 있으면 연말연시다. 연말이 되면 옛 사랑의 추억이 되살아나듯 그때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7080시대 연말연시의 대전우체국 풍경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 사무실에 도착해 보면 A조 B조로 나뉘어 24시간 근무한 직원들이 밤새 분류작업을 다 못한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여기저기 우편자루에 가득 쌓인 카드와 연하장들!
발 디딜틈 조차 없이 쌓인 저 우편물을 빨리 분류작업을 해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등으로 보내야만 크리스마스 이전에 받을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당일 접수되는 연하장이 또 어마어마할텐데…
조급한 마음으로 분류작업에 임해 보지만 만만치 않다.
어제 밤 새워 일한 직원들까지 퇴근도 못하고 일근자들과 함께 열심히 분류작업 끝내야만 생태탕과 소주 한잔 기울이던 시절이었다.
연말연시가 끝나야 그 일의 반복이 끝나는 연례행사였고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은행잎 곱게 책 갈피에 넣어 말려서 붙이고 그림도 예쁘게 그려 넣어 완성한 크리스마스카드와 밤을 세워 찢었다 썼다을 반복하며 써내려간 사랑의 편지 그리고 형형색색의 예쁜카드와 연하장!
먹고사는 것이 급급하고 어려워도 서로서로 주고받는 카드와 연하장 속에서 정과 사랑을 느끼며 여유롭게 살아간 것 같다.
낭만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 직접 쓰고 만들어 부치던 편지들이 언젠가부터 거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블로그 e-메일 메신저 미니홈피등이 보편화되고 또한 트위터, 페이스북, 스마트폰 등 새로운 IT기기들이 등장하면서 부터다 새해가 되면 핸드폰에 문자가 난무해 난리법석이난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긴 우리네들도 이런 문자메세지에 익숙해져서 문자오면 답장보내고 바로 삭제하고 또 받고 보내고 삭제하는 일상… 본인이 하면서도 이건 아닌데 싶다
어쩌다 붓글씨를 정성스레 써서 보낸 연하장이라도 받게되면 대견해하고 고마워하면서도 핸드폰문자 보내는걸 모르는 핸드폰맹인가라고 평가절하한다.
사실 요사이는 군대간 아들이 ‘어머님 전상서’란는 편지한통 안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아들얼굴 엄마얼굴 다 나오는 화상통화로 만사 OK인데 편지는 무슨?
연하장은 옛날 몇몇 어르신네들과 인사장겸 상품홍보하는 연하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 우편자루에 가득 쌓였던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밤 늦게까지 분류작업하여 하하 호호하던 그 시절이 그립고 추억으로 남는다.
아날로그식으로 쓰고 만들어 예쁘게 치장하여 만든 카드를 서로주고받는 시절은 다시오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편지를 쓰면서 또는 부치면서 설레고 기다리고 그리워하고 행복해 하는 아름다운 감정들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해 본다.
서로 정을 듬뿍 담아 보내고 사랑으로 받던 크리스마스와 연하장이 21C우체국에 가득했으면 더할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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