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이팅게일이 전해준 불씨
[기고] 나이팅게일이 전해준 불씨
  • 장정은 육군훈련소 지구병원 간호장교 대위
  • 승인 2012.03.11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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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나는 군사영어반 과정을 막 수료하고 육군훈련소로 전입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이곳으로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소중한 이들의 건강을 지켜야 할 사명을 가지고 이곳에 왔다. 의무사령부 예하의 군병원에서만 일해 오다가 처음으로 규모가 큰 육직 부대, 그것도 엄정한 군기와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약간의 긴장도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현재의 육군훈련소장님께서 취임하시면서 ‘꿈과 희망을 주는 병영 문화 정착’이라는 지휘 중점에 맞춰 병원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실 훈련소에 입소하여 지구병원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고 건강하게 수료하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고된 훈련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원이 길어지면 교육 시간 부족으로 유급되어, 정들었던 동기들과 인사 한마디 못하고 이별하고, 자대배치도 늦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기소침해 있다.
이런 환자들이 미래에 대한 꿈과 군 생활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가족과의 소통이기에 가족과 통화도 하고 언제든지 면회를 할 수 있도록 방침이 바뀌었다.
병실 내 공중전화기를 설치하고, 실내 면회실을 새로이 조성하였으며 야외에 비치파라솔이 달린 피크닉 테이블도 제작·비치하여 가족과 편안한 면회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환자들의 심신 안정을 위한 두 번째는 새 건물의 차가움을 벗고 편안하고 따스한 병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벽면에 파스텔 톤의 풍경 시트지를 부착하고 병실과 외래 복도에는 꽃과 푸르름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화분들을 배치하였다.
외래 접수처에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차와 커피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따스함을 더하고, 야외에는 클래식 음악이 공기의 흐름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특히 올해 1월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병원 1층 로비에서 입소대대 군악대의 작은 음악회가 열려 입원 및 외래 환자들의 마음을 달래 주고 있다.
또한 이전에는 입원환자와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국군방송만 시청하며 시간을 보냈으나 그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를 포함한 각종 도서 및 신문대를 비치하여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TV도 다양한 채널을 자율적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되어 환자들의 관심사에 대한 갈증과 사회 이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변화와 환경 조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병원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지구병원 구성원들은 환자들을 나의 동생, 나의 가족이라 여기며 전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여 또 하나의 가족이 되고 있다.
환자들이 군 생활의 출발점에 선 두려움, 현재가 내 인생에서 암흑기가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일순의 불안감을 떨치고 가슴 속 희망의 불꽃을 활활 피우도록 오늘도 우리는 그들에게 나누어 줄 꿈과 희망의 작은 불씨를 지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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