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충일논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 송낙인 본부장 서부취재본부
  • 승인 2012.05.07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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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내린 빗물은 들판을 거쳐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아래 있는 강이 맑으려면 위에 있는 산과 들이 맑아야 한다.
만약 산이 더러우면 강물도 더러워진다. 물을 들판에 있는 논이나 밭을 거치게 하거나 되도록 천천히 흘러 들어가게 하면 하천의 오염을 줄일 수 있다. 강에서 아무리 잘 처리한다고 해도 상류의 오염은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 선조들이 집을 산 밑에 짓고 앞에 들판을 거쳐 강으로 가는 이치를 반영한 '배산임수'의 전통도 하천의 오염방지를 위한 치밀한 계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강에도 상류와 하류가 있다. 위가 맑으면 아래까지 전체가 맑아지는 반면 아래만 맑게 한다고 위까지 맑아지는 것은 아니다. 위로 갈수록 유량이 작기 때문에 간단하고 작은 시설로 정화가 가능하며,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 쉽다.
혹시 한두 군데 실패를 하더라도 안전성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위가 깨끗하면 아래까지 아무런 에너지도 들지 않고 깨끗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아래에서 깨끗한 물을 퍼서 보낼 수는 있지만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든다. 밑에서 관리하려면 작은 오염물이 들어오더라도 많은 유량과 섞이므로 전체 유량을 모두 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은 상류나 지천에 ‘물챙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려가는 물을 위에서부터 정화시키는 방안을 고안하기도 했다. 위아래는 지위의 높낮이에도 해당된다. 위에서 방향을 잘 잡아 줘야 전체가 잘 된다. 만약 위에서 방향이 잘못되면 아래에서 아무리 잘 해도 결과는 틀리게 된다. 물 관리의 최고 책임자의 올바른 판단과 결심이 필요한 셈이다.
위를 맑게 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전체가 깨끗해지고 생태계가 살아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할 수 있다.우리 선조들의 말에는 모두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려는 생활 철학이 녹아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선조들의 검증된 답을 알고 있다.
이제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사회 지도층, 그중에서도 최고위층을 위시한 공직자들, 정치인들과 언론인, 이들은 국민들에게 바르게 살아갈 길을 제시하고 본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아무리 밑에서 물을 맑게 하려해도 위에서 더러운 물이 흘러 내려온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요즘 돌아가는 정치판을 보면, 점점 그들이 도덕이라는 그물망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힘으로 그들을 발가벗겨 도덕의 그물로 꼼꼼하게 걸러내야 한다.
최근 온 나라가 ‘영포회’, ‘영포라인’이라는 여권 사조직의 국정전횡으로 시끄럽다.
초·한 쟁패기 때의 역사적 인물 영포와 오늘날 집권세력의 치부를 드러낸 영포회는 발음상 유사성 외에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둘의 행보는 상당부분 거울처럼 비슷한 구석이 많은 느낌이다. 두 시대의 영포가 가져온 사회의 부정적 폐혜와 해악, 권력투쟁의 추한 모습은 역사의 반복이라 할 만하다는 생각이다.
방통위원장 최시중, 왕차관이라고 불리던 박영준 등 수명이 불법사찰과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등으로 MB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각종 비리에 대한 언론과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의 적극적인 외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언론인이 선정한 ‘가장 무시당한 뉴스’는 친·인척과 측근 비리 보도였다. 무려 77.3% (1258명)가 이를 꼽았다. 그나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전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 따위 초대형 비리가 친·인척 비리를 덮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친·인척 비리 사건은 정권의 도덕성과 직결되는 가장 크고도 중요한 사안이다. 놓쳐서는 안 될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로 보았다.
이 사회가 물질만능 풍조로 도덕이 죽어 땅에 묻히기 일보직전 이지만, 후세를 이끌어갈 우리들의 리더들은 양심에 때를 묻히지 말고 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이 어찌 완벽하게 살아 갈 수 있단 말인가? 오직 인간은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하지 말고, 내어놓고 비판을 통한 용서를 받아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자신이 국민들의 리더가 되겠다면, 거짓이 없어야 당당하게 앞에 설수 있는 것, 양심에 자신이 없으면 절대로 나서지 말라! 우리 사회를 오염 시킬라!
‘남보다 덜 검다고 하얀 것이 아니다’ 제 눈에 들보는 보지 않고 남의눈에 티끌만 보려하는 비양심의 그자들, 그를 비호하는 아류들의 양심도 스스로 잣대를 꺼내 재어보고 자신이 있거든 나서보라! 당신들이 어찌 사회를 비판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그야말로 ‘인면수심(人面獸心)’이 아닌가? 용사혼잡(龍蛇混雜)이란 말처럼 용보다 뱀이 많으면 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남의 탓 말고 자기 정화부터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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