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욕속부달(欲速不達) 교육정책을 개탄한다
[충일논단] 욕속부달(欲速不達) 교육정책을 개탄한다
  • 한내국 정치부장
  • 승인 2012.05.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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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5년차 까지 정책 난제중의 난제로 교육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역대 정권들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부르짖으며 달려들었지만 번번히 실패한 교육분야에 대한 선진화제도 정착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이중적 입시프로그램이 상존하는 한 전인교육도 또 인재양성도 사실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공교육과 사교육은 동전의 양면처럼 지극히 대립하는 교육정책의 핵심요소다. 공교육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번번히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면의 사교육 영향이 너무 방치된 탓이 크다.
그 결과 이번 정권 역시 교육정책의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자치제도가 도입된 교육감선거로 인해 정부의 권위마저 흔들리고 있어 이른바 영이 서지않는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다.
그런 정부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사교육(입시학원)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는 경우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로 치부되는 것도 이같은 시스템 난맥이 크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사교육을 정부가 감시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할수는 없음을 교육당국이 더 잘알고 있다.
게다가 불가능을 넘어 정부가 자칫 잘못하면 사교육기관으로부터 고발을 당할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오는 현실이라니 넌센스의 교육시스템에 놓여 말로만 전인교육을 부르짖는 꼴이 너무 애처로울 지경이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지금의 입시학원은 옛날처럼 작은 동네 학원나부랭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인맥을 가진 거대 기업이나 다름없으며 이들 입시학원의 임원들과 관련자들 대부분은 명문 대학교수출신이거나 10년이상의 명망있는 교육자출신들 심지어는 공직자 출신들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공교육체계를 세우려면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교육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개혁보다 강한 혁명은 말그대로 구데타와 같은 의미의 크기를 가진 것이다.
일반에서는 작금의 공교육 무능론과 관련 교권확보를 위해서는 교사들의 권위가 바로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옛적 가정방문을 하는 담임을 위해 우리 부모들은 씨암탉을 잡고 아껴둔 쌀을 꺼내 정성껏 떡을 해 집을 찾은 아이의 스승을 극진하게 대접했다.
아이의 장래는 곧 스승의 교육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으며 그래서인지 우리는 세계적인 우수국가의 반열에 올라와 지금의 부와 힘을 비축하는 세상을 만들어 왔다. 이른바 부모교육의 열망이 지금의 선진화된 결과를 만드는 지극히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그런 교권과 스승의 자리가 이제 학원원장과 학원교사들과 자리바꿈을 했다.
이런 마당에 수십년의 악몽같은 대물림을 누가 나서서 바로잡겠다고 공교육을 위한 살신성인에 나살까.
지금도 우리 정부는 사교육을 막는데 학교가 바로서야 한다고 하면서 뒤로는 학교폭력을 내세워 공권력을 학교에 들이고 급기야는 스승이 제자를 나무랄 수 없는 비극의 현장으로 내몰아가고 있다.
이런 위기상태의 학교를 만들어 가면서 사설학원을 관리감독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다. 이렇게까지 깊은 수렁으로 학부모들을 몰아 무기력한 합부모를 만들고 또 학교 스스로가 바보가 된 책임은 정부가 1차적 책임이 있고 학교교육을 방조한 학부모에게 2차적 책임이 있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사교육을 잡으면되고 사교육을 잡으려면 학부모들의 잘못되고 그릇된 사고를 바꿀 수있는 교육당국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개혁’이니 ‘혁명’의 수준이라면 참으로 난제중의 난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런 몰지각한 교육관행이 이제 뿌리밖혀 사교육의 박자에 맞춰 춤추고 있는 대학의 입시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사교육이 지금처럼 횡행하는데는 학부모와 대학을 입시학원들이 손바닥에 올려 놓고 좌지우지 하고 있도록 방관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신중함이다. 이런 신중함은 학교가 실력을 배양하는 것보다 인간교육이 우선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논어(論語) 자로(子路)편에는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거보라는 고을의 지방관이 되어 공자를 찾아와서 정치에 관하여 묻는 대목이 실려 있다.
공자는 자하의 물음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을 빨리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돌보지 말아라. 빨리 하려고 들면 일이잘 이루어지지 않고(欲速則不達) 작은 이익을 돌보면 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욕속은 (欲速)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얼른 성과를 올리려는 성급한 마음을 말한 것이며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서두르면 도리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 말에는 급할수록 천천히라는 표현이 있다.이는 모두 사람들의 조급한 심리를 경계한 표현들이다. 우리 사회가 교육을 빌어 이렇듯 콩볶듯 요란한 것도 성급한 조급증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아예 정부내에 사교육부를 별도로 만들어 사교육부터 잡아나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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