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아보육지원 부작용 최소책이 시급하다
[사설] 유아보육지원 부작용 최소책이 시급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2.06.03 1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올해 3월부터 0∼2세 영아의 시설이용 보육료를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지원키로 하면서 너나없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바람에 각종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다.
신생아 어머니가 아기를 가정에서 키울 수 있는데도 장시간 육아시설에 맡겨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것은 물론, 선진국조차 부러워하는 한국식 ‘애착육아’를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정부의 전면 지원이 결정되기 3년 전인 2009년에 이미 50%를 넘어섰다.
시설보육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아동수당제를 도입하고 산모의 육아 휴직제를 보완하는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국회예산정책처가 제언했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생후 24개월 이전에 형성된 애착 관계가 아이의 신뢰감 형성, 정서적 안정, 사회성 발전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애착관계란 아기들이 자신에게 민감하게 반응을 잘 해주는 성인과 생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형성하는 관계다. 이 시기의 부모 반응이 애착 형태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아기의 지각, 감정, 기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안정된 애착관계는 두뇌 발달, 사회성, 독립심 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만, 불안정한 관계는 신뢰감과 자신감을 떨어뜨린다. 그 결과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다른 사람과 원만한 관계를 어렵게 하기도 한다. 엄마와 제대로 형성된 애착관계가 인생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애착을 강화하는 비결은 엄마가 수시로 품에 안거나 안정감과 신뢰감을 쌓는 것이다. 아이의 요구에 즉각적이고 일관성 있게 반응하고 진정으로 사랑하며 신체접촉 놀이를 많이 해야 하는데 보육시설에서는 이런 노력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미국 자아 심리학의 대표적 이론가인 에릭 에릭슨은 영아기에는 어머니와 쌓은 애정관계에서 신뢰감이 형성된다면서 생애 초기 부모의 돌봄과 사랑으로 형성되는 신뢰를 정신건강의 핵심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정부 보육료에 눈멀어 모성애를 포기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양육의 질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2세 이하 영아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만 5세 누리과정’을 도입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아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보육료를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0~2세 영아의 보육이 사실상 국가 의무가 된 셈이다.
영아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계층이거나 장애가 있으면 생후 36개월 미만까지 연령별 육아수당을 받는다.
보육료는 0세 39만4000원, 1세 34만7000원, 2세 28만6000원이다. 양육수당은 0세 20만원, 만 1세 15만원, 만 2세 10만원이어서 지원액수만 비교하면 시설보육을 선택하는 쪽이 유리하다.
이 때문에 집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데도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지 않으면 권리를 못 찾아 먹는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설에 보내는 사례가 많다.
OECD 국가 가운데 만 2세 이하 영아 시설 이용률이 50%를 넘는 곳은 덴마크(83%)와 스웨덴(66%) 두 곳뿐이다.
하지만 복지 천국으로 불리는 이 두 나라는 영아의 어머니 취업률이 각각 72%, 76.5%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9.9%에 불과하다.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상당수 여성이 2세 이하 자식을 장시간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제도보완이 시급하다. 당장 직접 양육과 시설 보육을 균형 있게 지원함으로써 자녀 양육권을 보장했어야 했는데도 시설보육에 편중되는 정책을 추진한 것부터 고쳐야 한다.
또 부모들이 안정성과 저렴한 비용 등을 이유로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 비중이 5.3%에 불과한 현실도 개선과제인 만큼 이를 확충하고 전문인력 도입문제도 시스템을 갖춰 추진해야 한다.
턱없이 부족한 국공립학교는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어 경쟁이 심화되어 있고 거리가 멀어 이용할 수도 없는 것이 문제다. 국공립 시설 확충이 단기간에 쉽지 않다면 민간시설 영아들의 보육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직장보육제도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모가 시설보육, 직접양육, 둘을 혼합한 형태 등 방식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