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 기우제
[기 고] 기우제
  • 권광식 천안도하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12.06.27 1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잔뜩 흐린 하늘, 날씨 참 너무하십니다. 7년 대한(큰 가뭄)에 비 안 온 날 없다더니 빗방울 숫자 세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우기는 여러 번 있었는데도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말라가는 논바닥을 보면서 가슴으로 우는 농부들의 속울음을 지켜보는 것 참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한 10년도 더 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도 많이 가물어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 있던 저수지에서 차량을 이용해 물을 실어 날랐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가뭄은 그 때보다 더해서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물이 찬 저수지도 없다고 하네요. 날이 너무 가물어서 먼저 농심이 울고 민심이 울고 하늘이 우는 날이 여러 날 지속되네요. 오늘 밤도 뜰에 나와 무심한 하늘만 바라봅니다. 밤하늘에 바람이 일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비를 머금고 있는 바람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기운이 너무 약한 것이 탈입니다. 어둠을 살라 먹고 내일 더 힘차게 떠오를 태양이기에 아마 내일도 비 오기는 애시 당초 그른 일 같습니다.
서울이 104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라고 합니다. 강수 측량이 제대로 되고 있는 곳이 서울이다 보니 서울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 여타 지역은 그보다 더 심하다고 봅니다. 농작물이 말라죽고 패류가 집단 패사하고 물고기가 물이 없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필자는 30년차 교단 교사입니다. 그러나 근본은 농부의 아들 이지요.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 곳이 농촌입니다. 그러다보니 말라가는 논바닥, 시들어 가는 작물들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피울음을 우는 농심을 보면서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때 예로부터 행해져 왔던 강우를 비는 기우제라도 한 번 가져보았으면 합니다. 기우제를 통해서 비가 오고 안 오고, 미신이고 과학이고는 차치하고라도 땅과 물에 의지해서 사는 이들을 위무하고 전 국민이 물을 좀 더 아껴쓰고자 하는 의식을 고취하고자 함입니다.
천상 선생인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물 절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일전에 신종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학교를 중심으로 1830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위기를 대한민국은 슬기롭게 넘겼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1830은 하루 8회 이상, 1회 30초 이상 손 씻기 운동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함께 손을 씻던 아이들이 가정에서 부모를 계도하고 이것이 지역 사회로 전파되면서 손을 통해 감염되던 치명적 오염원을 끊는 최고의 방법이 돼 큰 피해 없이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이지요.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모름지기 학교는 가정 및 지역 사회의 계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님이 그러시던데 가뭄이 심해서 농부 아저씨들 고생이 심하시대요. 우리 집에서도 물을 아껴 써야합니다.”
어린 아이의 앵두 같은 입술에서 이런 아름다운 말이 흘러나올 때 어떤 부모라도 아이 앞에서 물을 함부로 아무 생각 없이 쓸 수 없으리라 봅니다.
이미 199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는 (PAI;Population Action Internat ional) 우리 나라 대한민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물 쓰듯 쓴다’라는 말 풍부하고 여건이 좋아서 아무 생각 없이 함부로 많이 쓴다는 말이 아니라 한 번 사용에도 여러 번 생각해보고 아껴 쓰며 다시 재활용한다는 뜻으로 쓰여야 할 때입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금수강산을 적셔 줄 많은 양의 강수가 함께하여 농부들의 근심과 세상 사람들의 한숨이 씻겨 내려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