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현금유동성에 대비할 때다
[충일논단] 현금유동성에 대비할 때다
  • 박해용 부국장 편집국 경제행정팀
  • 승인 2012.12.13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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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을 건 기업들의 생존 몸부림이 가시화되면서 크거나 직거나 할것없이 기업들의 현근확보전이 치열하다.
이는 불황의 장기화와 수출구조의 악화 등으로 기업채산성이 최악의 상황인데다 내수마저 꺼져 더 이상 제품생산과 수출로 현 난국을 헤쳐나갈 자신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세계적 불황에 맞서 계열사 등 자산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금융권 결산과 채무만기가 집중되는 연말을 앞두고 일부 기업들이 주력 계열사까지 매각하면서 사활을 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STX그룹과 동양그룹이 12일 그룹의 간판 계열사 및 사업부문을 매각하겠다고 나선 것은 대표적인 사례. STX팬오션은 그룹내에서 영업능력과 현금창출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STX그룹이 보유한 STX팬오션 지분 36%의 가치는 약 2400억원이다. 유럽의 특수선 건조계열인 STX OSV 매각도 곧 성사될 전망이다. 가격은 약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그룹도 주력 사업부문인 레미콘과 가전사업부를 판다. 레미콘과 가전은 동양의 5개 사업부 가운데 현금 창출력이 가장 좋은 사업부문이다.
이같은 사정은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들도 현금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는 업황 악화와 신용평가 하향 등의 이유로 계열사 소유의 유통사업을 정리 중이다. 롯데를 상대로 포스코건설 소유의 베트남 호찌민 주상복합건물 ‘다이아몬드 플라자’와 부산 주상복합쇼핑몰 ‘센트럴스퀘어’, 대우인터내셔널 소유의 창원 ‘대우백화점’ 등 매각을 논의 중이다.
동국제강은 노후 설비인 포항제강소 1후판공장 폐쇄에 이어 공장 내 설비 매각을 진행 중이다. 동남아시아 철강회사들을 상대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긴축경영에 돌입, 현금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같은 상황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경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때까지 기업들의 구조조정, 투자축소 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게다가 새로 들어설 정권이 내세운 기업정책에 따라 또 다른 이중고를 겪을 간으성마저 있어 사실상 호전을 기대하는 내년 이후라도 불안감은 여전히 작용할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가계부채와 일자리 등 기업활성화를 위한 잇따른 부양책이 가동될 경우 다소 사정은 호전될 가능성도 있으나 그간 누적되면서 다가오는 불황의 태풍이 가실 것이라는 장담은 누구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라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재무개선약정을 맺은 기업 등 자산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자산매각을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기업들은 ‘마누라 빼고는 다 팔아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매우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국내 대기업의 비상경영은 모든 산업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과 르노삼성, GS칼텍스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포스코는 계열사 10여 개를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지분 등을 처분한 데 이어 박삼구 회장이 사재까지 털어 증자에 참여했다. 롯데도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를 합병하는 군살빼기에 나섰다. 수출과 내수기업을 가리지 않고 중후장대한 기간산업에서부터 관광·유통업까지 호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3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2%에 그쳐 올해 목표치 2.4%나 내년 전망치 3%대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전방위적으로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위기감을 낳고 있다.
재벌그룹의 초강수 구조조정이 걱정되는 이유는 자구노력으로 확보한 자금이 주로 빚을 갚는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약정 때문에 어쩔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가뜩이나 내수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투자를 외면하고 부채상환에만 주력하면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127조원으로 올해보다 1.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과거 고비때마다 오히려 투자를 늘려 위기를 돌파했던 대기업들의 투자기피 현상은 성장과 고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조금이라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기업이 급격한 대출상환 같은 한계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금융시스템이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돼야 할 것이다. 가계나 기업이 부채를 줄이는 재무조정 시기에는 금리·통화 정책보다는 적정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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