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아이갓어보이’ 왜 낯설까
소녀시대 ‘아이갓어보이’ 왜 낯설까
멜로디·박자·템포 등 뒤섞여… 세계로 나아가는 시험대
  • 뉴시스
  • 승인 2013.01.0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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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o! GG! Yeah Yeah 시작해 볼까? 어-머! 얘 좀 봐라 얘, 무슨 일이 있었길래 머릴 잘랐대? 응? 어-머! 또 얘 좀 보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이 바뀌었어 왜 그랬대? 궁금해 죽겠네 왜 그랬대? 말해 봐봐 좀 ♪♬”
한류그룹 ‘소녀시대’의 정규 4집 타이틀곡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는 이렇게 시작된다. 이 노래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와 오롯하게 겹쳐지는 가사다.
소녀시대는 ‘아이 갓 어 보이’에서 노래와 의상 등 기존의 스타일을 확 바꿨다. 특히, 지난 1일 오후 5시 음원사이트에 공개된 곡에 대해 낯설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아이 갓 어 보이’는 상당히 복잡한 구조다. 랩이 주축인 힙합풍으로 출발하는 곡은 본격적인 도입부에서 일렉트로닉으로 변모하는 등 다양한 장르를 교차시킨다. 악곡의 진행 중에 계속되던 곡조를 다른 곡조로 바꾸는 전조가 빈번하고 템포 변화도 잦다. 코스모폴리탄적이다.
짧은 후렴구에 반복된 노랫말로 흥겨움을 안겨주는 ‘후크송’에 물든 대중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녀시대는 ‘지(Gee)’와 ‘소원을 말해봐’와 같은 후크송의 대표주자였다. ‘아이 갓 어 보이’도 “오 오오 예 오. 오오 예 오 너 잘났다 정말!” 같이 훅(hook)이 눈에 띄나 멜로디를 주도한다기보다는 곡에 힘을 싣는 조력자 역에 머무른다.
이 같은 특징은 소녀시대의 매니지먼트사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또 다른 그룹 ‘샤이니’의 ‘셜록’이 진일보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셜록’은 독립적인 멜로디의 두 곡을 섞어 하나로 만들었다. ‘아이 갓 어 보이’는 한 발 더 나가 멜로디뿐 아니라 박자, 템포, 조(key) 여러개를 뒤섞는다.
‘아이 갓 어 보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대중이 걸고 넘어지고 있는 인물은 SM의 대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유영진이다. ‘소원을 말해봐’를 만든 노르웨이 작곡가팀 ‘디자인 뮤직’과 유영진이 합작한 작품인데 유독 유영진의 이름만 꺼내는 것은 그가 그 동안 낯선 곡들을 많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HOT’, ‘SES’, ‘신화’ 등 SM 초기 아이돌 그룹의 히트곡을 도맡은 그는 최근 샤이니의 ‘링딩동’, 듀오 ‘동방신기’의 ‘캐치 미’ 등 구성이 쉽지 않은 곡들에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일부 대중의 반감을 샀다.
그러나 유영진을 곡 구성 자체로만 평가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는 SM 가수들의 노래와 안무를 최적화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SMP(SM Music Performance)’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자신의 귀에 익숙한 멜로디에만 주력하고 있지 않다. 실제, 음원 차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캐치 미’는 동방신기의 퍼포먼스와 결합되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아이 갓 어 보이’ 역시 그렇다. 초반에 이 곡이 귀에 감기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여러 번 각 장르를 듣다 보면, 노래 감상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마돈나의 안무를 연출한 내피탭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작업한 리노 나카소네, 군무가 인상적인 그룹 ‘f(x)’의 ‘일렉트닉 쇼크’의 안무로 화제를 모은 질리언 메이어스 등 세계적인 안무가들이 공동 작업한 안무도 각 장르의 성격에 최적화되며 위력을 발휘한다. 과거 하이힐 위주의 세련된 콘셉트 대신 운동화 차림의 개성 있는 펑키 룩 또한 다양한 동작의 춤과 어울림을 취한다.
소녀시대가 이 시점에서 ‘아이 갓 어 보이’를 들고 나와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랫말을 빌려보자. ‘왜 그랬대?’라는 질문을 소녀시대에게 돌리면 “소녀시대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신인 그룹이 이 노래를 불렀다면, 아무런 논쟁 없이 묻혔을 확률이 높다. 소녀시대처럼 인지도가 큰 그룹이 아니면 주목 받기 힘들었을 곡이다. 대중성 면에서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노래다. 여러 장르를 능숙하게 직조했다는 점은 분명 신선하다.
소녀시대가 국내에서 빤한 곡으로 쉽게 인기를 끌기보다 본격적인 세계 진출시도를 앞두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비슷비슷한 곡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팝시장에 눈도장을 찍을 곡이 필요했고, ‘아이 갓 어 보이’가 제일 먼저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여기에 소녀시대의 장점 중 하나인 퍼포먼스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한몫 했다.
‘아이 갓 어 보이’는 2일 오후 현재 국내 각 음원사이트는 물론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10여 개국 아이튠스의 실시간 앨범 차트 1위에 오르고 미국 아이튠스 앨범 차트 20위권에 진입하는 등 4집 성공에 청신호를 켠 상태다.
앨범에서는 영국 팝스타 더피의 ‘머시(Mercy)’를 상큼하게 재해석한 곡 ‘댄싱 퀸’, 영국의 미녀 싱어송라이터 픽시 로트가 작곡한 ‘베이비 메이비(Baby Maybe)’, J팝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익스프레스 999’도 인상적이다.
한편, 1일 밤 방송된 소녀시대의 컴백쇼 MBC TV ‘소녀시대의 로맨틱 판타지’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3.8%(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소녀시대 멤버들은 신곡과 히트곡 무대 외에 평소 이상형을 공개하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영은 2008년 11월 발표하려던 ‘댄싱퀸’이 당시 엎어졌을 때 “정말 많이 물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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