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 주머니 터는 ‘슈퍼甲’… 대형 여행사 횡포 극성
여행객 주머니 터는 ‘슈퍼甲’… 대형 여행사 횡포 극성
저가 여행 꼼수… 옵션·쇼핑으로 본전 찾기

“현지 협력업체와 조율, 합리적 가격 책정해야”
  • 뉴시스
  • 승인 2013.07.24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격적인 해외여행 시즌을 앞두고 국내 대형 여행사의 도를 지나친 횡포가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23일 한국여행협회에 따르면 올 한 해 여행불편처리센터에 접수된 소비자들의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2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여 건 이상 늘어났다.
피해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여행사의 무리한 가격 책정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며 이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저가 여행이라더니… 옵션ㆍ쇼핑으로 바가지 관광 = 해외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대부분 대형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여행사의 말만 믿고 처음 결제한 금액이 전부라고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쇼핑몰 투어와 옵션 상품 강매를 비롯한 여행사의 ‘본전 찾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단체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의 특성상 여행객들은 불만이 있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구성원들이 돈을 잘 쓰지 않아 소위 ‘털어먹을 게 없는’ 팀은 가이드가 인솔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거나, 손님들을 두고 도망가는 일마저 생긴다.
지난 달 모두투어의 보라카이 패키지 여행을 다녀온 이 모(48)씨는 “현지에서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으로 관광지보다 쇼핑몰에서 보낸 시간이 더 길었다.”며 “저가 여행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전혀 달라 말 그대로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 홍보팀 K모 관계자는 “여행지에서 상품 강매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주관적인 영역”이라며 “또 현지의 협력 업체는 본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내 여행업계 구조적 문제… 슈퍼 갑의 횡포=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막대한 자본과 물량 동원력이 있는 대형 여행사가 ‘슈퍼 갑’으로 통하는 업계의 기형적 구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와 온·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한 대형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모객이 어려운 현실이다 보니, 국내 중소 여행사나 현지 랜드사는 계약 조건이 불리하더라도 이들과 거래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항공권 점유율 편차는 압도적이어서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달 서울본사를 포함한 전국 13개 지사의항공권 BSP 발권 실적은 900억여 원에 달했다.
문제는 실제 경비에 못 미치는 상품가를 책정해 판매하고 덤핑을 유도하는 대형 여행사의 가격 정책이다. 가격 후려치기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결국 현지에서는 여행객들에게 옵션과 쇼핑 상품을 강매하는 등 추가 지출을 부추기게 된다.
대형 여행사에서 현지 랜드사를 거쳐 여행객들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되는 이러한 상황을 업계에서는 서로에게 손해를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라고 묘사한다.
중소 여행사 관계자 P모씨는 “대형 여행사가 막무가내로 저렴한 가격을 매기면 정당한 비용으로 여행시키려는 여행사는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재와 같이 소수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는 형태로는 여행 산업이 질적으로 크게 발전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정윤선 부장은 “여행사들의 가격 경쟁에 애꿎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대형 여행사는 무리하게 가격을 내릴 것이 아니라 현지 협력업체와 조율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