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일논단] 상생의 길
[충일논단] 상생의 길
  • 서중권 편집이사
  • 승인 2013.09.01 1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사회에 착한 기업, 착한 상품, 착한 남자, 착한 여자 등 착한 시리즈가 유행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렵고 재정수요도 급증하는 시기에 추가 증세부담도 없고 경제주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착한 규제나 정책은 없을까?
규제와 세금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정부가 세금을 거둬 직접 정책목적 사업을 추진하거나 아니면 세금을 거두지 않는 대신에 각 경제주체들의 어떠한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함으로써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규제는 기업이나 국민입장에서 보면 추가 비용부담 없이 국가정책 목적 달성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기술개발 촉진, 인재양성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국민경제발전이나 소비자 후생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정책이나 에너지와 물 절약제품 구매지원제도와 같은 거래활성화 기재 등이 바로 착한 규제다.
친환경상품 구매촉진정책의 경우 기업의 친환경제품을 소비자들이 환경마크를 통해 인식하게 하고 이들 친환경제품의 구매를 촉진함으로써 기업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가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감축이나 환경오염문제 해결 등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친환경상품시장은 2001년 1조5000억원에서 2012년 말 30조원 규모로 커졌다. 환경마크제도와 친환경상품의 공공부문 우선구매정책 덕택에 국내 친환경시장의 확대는 물론 기업의 자발적인 친환경제품이나 자원절약 제품의 개발 및 생산 참여가 활성화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착한 규제를 활성화하는 데는 기업의 혁신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우선 친환경제품을 비롯한 공공부문 우선구매대상 품목들은 일반제품에 비해 비싸고 품질면에서도 열악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체로 소비자들은 사회, 환경적인 고려보다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일반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부나 NGO차원에서 환경보호나 사회적 형평에 기여하는 기업의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의존하여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의 구매를 유도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기업차원의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과 품질개선노력이 시장 활성화의 관건이다.
국가차원에서 공공기관 이외에 대기업에 대해서도 친환경제품이나 에너지나 물 절약 제품의 구매를 확대하도록 유인하는 방식으로 환경경영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촉진하는 것도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공공부문 우선 구매 대상 분야의 지나친 다양화는 정책의 활성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
현재 공공 우선구매 정책은 친환경제품 이외에 장애인제품, 사회적기업제품, 중소기업제품, 중증장애인제품, 자활용사촌 제품 등으로 다기화되어 있다.
여러 부처에서 유사정책을 중복 시행하다 보니 지자체와 공공기관은 각 부처별로 우선구매실적을 매번 별도로 보고하는 등 중복적인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지나친 중복 사용으로 인해 효과가 분산될 경우 정작 역점을 두어야 할 좋은 정책마저 추진동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복지재원을 확충해야 하고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추가 예산 투입이나 경제주체에 추가 규제 부담 없이 국가 정책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소비자의 비용절감과 후생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상품구매제도와 같은 지속가능한 착한 규제를 적극 활용해야 할 때이다.
이 같은 정책만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