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논단] 누구를 위한 탈당인가
[화요논단] 누구를 위한 탈당인가
  • 권선택 의원 【 한국지식정보기술 학회장 】
  • 승인 2007.02.26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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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열린우리당을 떠난다고 한다.
대통령의 탈당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지난해부터 있어왔고, 대통령이 정국반전을 위해 탈당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오래전부터 있었던 만큼 국민들도 그리 놀라는 눈치는 아니다.
사실 따져보면 현직 대통령의 집권당 당적 정리가 처음있는 일도 아니다. 92년 9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민자당을 탈당한 바 있고, 97년 11월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신한국당을 탈당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2년 5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3명의 대통령 모두 임기종반에, 그것도 하나같이 자신이 직접 창당한 당을 떠난 것이다.
그러나 앞선 3명의 전직 대통령이 그랬듯이 노무현 대통령 역시 갈 길을 갔을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하다. 열린우리당을 창당할 때 공언했던 100년 정당의 꿈이 물거품이 돼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탈당으로 이제는 여당도 원내 제1당도 아닌 열린우리당의 처지가 걱정돼서는 더욱 아니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 정치가 십 수 년째 좋지 않은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탈당은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하는 대통령제하에서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당구도가 양당제든, 다당제든, 특정 정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여당과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기본 원리이다.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이라는 이유로 임기 말이 되면 당에서는 으레 탈당을 요구하고, 대통령은 탈당을 당연시하는 사태가 반복된다면, 과연 국민은 누구에게 책임정치를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대통령의 탈당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한국 정치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한참 앞선 서구 선진 국가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바닥인 대통령이나 총리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집권당이 대통령이나 총리에 탈당을 요구하고, 대통령이나 총리는 임기 말 탈당을 당연시 한다는 얘기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노 대통령이 법정임기를 무려 1년가량이나 남겨둔 상태에서 당적을 정리함으로서 당장 참여정부 후반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물론이고, 23명의 탈당파 의원들이 구성한 통합신당추진모임 등에서는 “대통령의 임기 말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그럴 거라면 무엇 때문에 대통령의 탈당을 종용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인기 없는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설 것임은 불 보듯 분명한 만큼, 임기 말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며, 국정혼란도 가중될 것이다.
여러 가지로 대통령의 탈당소식은 새롭지는 않으나, 결코 달갑지도 않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랴.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대통령의 탈당이 거국 중립내각 구성이나 차기 대선 엄정 관리, 민생·개혁입법 처리 등 임기 말 국정과제의 원만한 마무리를 위한 전기가 되기를 그나마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의 탈당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물어보며,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대통령의 탈당 사태가 이번을 끝으로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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