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뮤지컬 전범으로 자리잡다
감성뮤지컬 전범으로 자리잡다
신비로운 첫사랑의 기억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 뉴시스
  • 승인 2013.10.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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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같은 공연이라도 볼 때마다 색다르다. 매번 배우들이 새로 연기를 해야 하는만큼 그들의 컨디션과 관객들의 성향 등 환경에 따라 공연의 밀도에 차이가 난다. 농도를 좌우하는 공연장도 중요하다. 작품별 극장 궁합이 있다. 그 궁합이 틀어지면, 작품이나 공연장이 아무리 때깔이 좋아도 맞지 옷을 입지 않은 듯 어색하다.
지난해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초연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번에 재공연하면서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로 무대를 바꿨다. 이병헌(43)과 이은주(1980~2005)가 주연한 동명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이 작품은 원작의 미덕을 무대 위로 알맞게 치환하면서 초연 때도 감성의 미를 잘 살렸다.
캐릭터의 정서와 색깔을 무대에 제대로 투영하는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씨의 감각도 빛났다. 특히 ‘인우’와 ‘태희’가 산 정상에서 교감하는 장면에서 상승하는 가운데 일부 무대 효과는 해당 장면의 설렘과 기대를 적확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삼성카드홀이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겸하는만큼 서정적인 이 뮤지컬을 소화하기에는 다소 컸다.
삼성카드홀은 1000여 석, 연강홀은 600여석으로 재공연의 공간은 절반에 다소 모자라게 작아졌다. 감정의 밀도는 그대로이므로 농도는 더 짙어졌다. 배우들이 사랑에 아파하고 고뇌하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재공연을 하면서 기존에 없던 턴테이블 무대가 생겼는데, 소품 배치와 동선이 효율적이 됐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인우가 자신이 새로 담임을 맡은 반 첫 수업 때,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칠판 한 가운데 그은 흰선은 인물들의 관계를 상징하는 모티브가 돼 공연 내내 무대 구석구석을 따라 다닌다. 이번 무대 디자인은 ‘연강홀 전문 무대디자이너’로 통하는 여신동씨가 맡았다.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과 ‘제7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음악상과 작곡·작사상을 휩쓸며 가치를 인정받은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사가 박천휴 콤비의 음악은 여전히 감성적이다. ‘그게 나의 전부란 걸’ ‘그대인가요’ ‘혹시, 들은 적 있니’ ‘그런가봐’ 등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는 대부분 그대로다.
다만 문맥 등의 흐름을 감안, 초연 때 ‘연애의 정석’이 ‘어떻게 알아’로 변경됐다. 1막 마지막에 인우가 군대 가기 전 친구들과 고깃집에서 술을 마실 때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 버전도 달라졌다.
배우들은 호연한다. 초연에 이어 재공연에서도 인우와 태희를 맡는 뮤지컬배우 강필석과 전미도는 오리지널의 힘을 보여준다. 새롭게 인우와 태희를 맡은 뮤지컬배우 성두섭과 김태희는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인우와 태희에게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재공연을 통해 애절한 감정을 더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그렇게 감성 뮤지컬의 전범이 돼가고 있다.
지난해 영국 연출가 에이드리언 오스먼드의 협력 연출을 맡은 이재준 씨가 올해는 단독 연출자로 나선다. 인우가 담임인 반 학생으로 작은 습관부터 말투까지 태희와 닮아 인우를 헷갈리게 만드는 현빈은 초연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재균, 윤소호가 연기한다. 두 배우는 이 작품에 출연한 뒤 각자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와 뮤지컬 ‘트레이스 유’ 등에 출연하며 급부상했다.
인우의 연애를 시시콜콜 코치하는 친구 대근과 기석 역에는 뮤지컬배우 임기홍과 진상현이 캐스팅됐다. 11월 17일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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