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동네마다 작은 마을 도서관을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동네마다 작은 마을 도서관을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10.2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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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르고,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현대문명의 이기들. 하지만 편리하고 풍요로워진 만큼 인간은 더욱 인간다운 삶을 과연 살게 된 것일까?
여기에 답을 주는 ‘인간의 조건’이라는 KBS2 프로그램이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속도에 맞춰 사느라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현대인의 필수품을 하나씩 가감해봄으로써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을 고민해 본다.
그 결과 의식주 등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충남고 출신의 김준호 등 6명의 개그맨이 합숙하면서 늘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것들을 일주일간 없애본다. 매주 무언가를 뺄 때마다, 그 빈자리엔 새로운 의미가 채워졌다.
문명의 이기가 없어진 순간 삶은 잠시 불편하지만 소박해진 삶 속에서 잃어가고 있던 인간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되는 시간을 누리게 된다.
개그맨들이 보인 작은 실천은 시청자에 경각심과 교훈, 동시에 깨알 웃음을 안겨준다.
이 프로그램은 휴대전화·텔레비전·컴퓨터 없이 살기로 시작해서 자동차·쓰레기 없이 살기, 권장 칼로리로 살기 등으로 이어갔다.
물 없이 살기에서는 유엔개발계획의 발표에 따른 하루 한 사람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양인 물 20리터로 살아갔다. 지역산지 음식만 먹고 사는 체험에서는 로컬푸드(local food)의 개념을 보다 더 쉽게 이야기해준다. 그저 맛있게 먹어대는 맛집 찾아 소개하는 방송 ‘먹방’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환경친화적 삶’의 온기가 ‘슬로스쿨(Slow-school)’의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문명의 이기를 없앤 불편함 보다, 오히려 이 때문에 문명에 길든 삶을 들여다보는 반사 효과가 더 크다.
빼면 더 재밌는 생활의 발견이라고나 할까. 빼기라고 해서 무조건 손해가 되지 않고 때로 함께 살아가는데 좋은 것이 더해진다. 뺄수록 많은 걸 느끼게 하고, 되돌아보면서 깨닫는 게 더 많은 유쾌한 일상이다.
아이들을 위한 지구 환경 변화의 심각성을 서술한 ‘지구가 아파요’, 십대를 위한 환경 서적 ‘지구가 뿔났다’ 만큼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KBS2 ‘인간의 조건’이 바로 소박한 삶의 철학을 깨닫는 혜민 스님의 저서와도 같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인 셈이다.
현재 ‘인간의 조건’은 ‘책 읽으며 살기’ 시리즈를 방송 중이다. 멤버들은 북카페에 가기도 하고, 옛 서울시청을 고친 서울도서관을 방문한다. 이곳은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에 소개되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전교육청이 현재 운영 중인 공립도서관이 전국에서 가장 적은 단 2곳이다. 대전과 인구와 학생 수가 엇비슷한 광주교육청은 5곳의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울산교육청도 4곳을 관리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14곳, 대구 12곳, 인천 8곳 등으로 대전교육청보다 월등히 많다.
굳이 큰 도서관이 필요치 않다. 문화예술교육의 활력이 넘치는 또 다른 공간은 작은 도서관이다. 30~40평 남짓한 공간, 1만 권도 안 되는 장서, 한두 명에 불과한 사서 등 살림은 단출하다. 그러나 지역 주민, 어린이들과 밀착된 작은 도서관은 문화예술을 생활에 침투시키며 ‘동네 배움터’로 사랑받고 있다.
책을 소재로 풍부한 문화예술 자양분을 공급하는 작은 도서관 모델들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수십 개의 작은 도서관들은 지역 특성과 운영주체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다.
공원과 놀이터와 인접한 놀이 학교형 작은 도서관은 독서와 문화예술교육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그곳은 책이 생활로 스며들고, 일상이 책이 되는 순환의 마법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겐, 읽고 쓰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동네 공간이 필요하다. 동네 곳곳마다 ‘보습학원’ 대신 ‘작은 마을 도서관’이 생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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