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상생하는 핌피의 보호관찰소를 꿈꾸며
[기고] 상생하는 핌피의 보호관찰소를 꿈꾸며
  • 충남일보
  • 승인 2013.10.2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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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4일 새벽, 법무부의 성남보호관찰소가 번화가인 분당의 서현동으로 이전하여 이를 뒤늦게 안 주민 수천 명이 5일부터 시위에 나서 초등학교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새누리당까지 나서 정부에 이전 결정 재검토를 요구하여, 법무부는 9일 재검토 약속으로 사실상 이전을 백지화했던 성남보호관찰소의 분당 이전 문제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가 있었다.
보호관찰제도는 1841년 미국 보스턴의 독지가 존 오거스터스(John Augustus)가 알코올 중독자를 법원 판사로부터 인수해 개선시킨 것이 효시로 1869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서 처음으로 입법화된 이후 영국(1878), 스웨덴(1918), 일본(1949) 등 세계 각국으로 전파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989년 7월 1일 소년에 한하여 도입된 이후 성인은 물론 가정폭력, 성매매 사범, 특정범죄자에 대한 전자감독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과 영역이 꾸준히 확대되어 왔고, 최근에는 강력사범에 대한 전자감독 및 벌금미납자에 대한 사회봉사 확대로 보호관찰이 형사정책의 꽃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호관찰이란 범죄인을 구금하는 대신 일정한 의무를 조건으로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허용하면서 국가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이 직접 지도·감독·원호를 하거나 또는 민간자원 봉사자인 범죄예방위원의 협조를 받아, 범죄인이 우리사회의 건강한 이웃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성행을 교정해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재범을 방지하는 선진 형사제도다. 현재 전국에 56개의 보호관찰소가 있으며 교통사범, 가정폭력사범 등 다양한 범죄군이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을 받고 있으며 2008년 9월 1일부터는 성폭력범죄자 등에 대하여 위치추적 전자장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대전보호관찰소에서 사회봉사명령을 집행하고 있는데 다양한 사회봉사를 통해 이들이 사회봉사 후 자원봉사나 후원자로 연결되도록 지도하고 있으며, 사회봉사명령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부과되기 때문에 일반 자원봉사의 개념과는 많이 다르나 봉사를 통해 자신이 건강한 국가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재사회화의 효과면에서 자원봉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금년 4월 대전보호관찰소는 남세종농협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보호관찰소에서는 농촌봉사활동 지원, 농촌 어르신 영정사진 촬영, 농기계 수리, 노후 농가 전기시설 교체 등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다양하게 도와주고 있으며, 남세종농협에서도 특별범죄예방위원으로 위촉된 농협직원들이 보호관찰청소년의 정기적인 지도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직접집행 감독, 소년보호관찰대상자들에 대한 장학금 500만원 지원(2014년 1,000만원 지원 예정) 등 서로 윈윈하는 상생의 보호관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3년간 농촌봉사의 지원을 받은 농민들이 이제는 보호관찰소의 협조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도와달라는 농협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보호관찰소가 님비가 아니라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의 대상으로 농민들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보호관찰 대상자들은 경찰에 입건되어 검찰 사건 송치 후 법원의 재판으로 경미한 일부분이 보호관찰소로 오는데 경찰서와 검찰청 및 법원은 제쳐두고 형사정책의 한 축인 보호관찰소만이 유독 님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아론 벡의 선택적 추상화의 인지오류(많은 사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도 한두 명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것에 선택적으로 귀기울여 전부 실패했다고 단정)에 빠져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1:10:100이라는 비용법칙이 있는데 예방하는데 드는 비용이 1이라면 수정하는데는 10이 들고 실패에는 100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범죄인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재범하여 거기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보호관찰제도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보호관찰관으로 보호관찰 집행현장에서 갖가지 삶의 풍상과 질곡으로 얼룩진 인생들을 만나는 가운데 이들을 지도감독하고, 명령을 집행하면서 ‘사람들의 약점이 아니라 장점을, 악한 면이 아니라 선한 면을 찾아’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일해 보호관찰소가 재범방지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 본다.

허명금 대전보호관찰소 집행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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