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오늘은 ‘빼빼로’가 아니라 ‘가래떡’ 데이
[한숭동(韓崇東)의 힐링캠프] 오늘은 ‘빼빼로’가 아니라 ‘가래떡’ 데이
  • 한숭동 前 대덕대 총장·국립한국교통대학교 석좌교수
  • 승인 2013.11.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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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1월 11일은, 과자 ‘빼빼로’가 Day-마케팅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의 날이다. 지난 1983년 첫 선을 보인 빼빼로가 도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96년부터다. 부산의 한 여자중학교에서 11월 11일 친구들끼리 빼빼로를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 기념일이 있다는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부터다.
수능을 앞둔 학생들 사이에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먹으면 1등처럼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서로 나누기 시작했다. 또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긴 초콜릿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지라는 뜻에서 친구들끼리 주고받은 것으 확산됐다.
한 과자 업계에서는 이날을 주력 매출 일로 노리고 ‘빼빼로 데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그 결과 빼빼로 데이 대목 기간(9~11월) 동안 한 해 매출액의 60%를 차지하는 기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빼빼로 데이를 만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에 대해 지나친 상업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크다. 그러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은 창의적 호기심과 관찰력이 일궈낸 마음을 움직인 마케팅의 성공 사례가 됐다.
사실, 11월 11일은 정체불명의 빼빼로 데이가 아닌 ‘농업인의 날’이다. 하지만 농업인의 날은 ‘빼빼로 데이’에 가려져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갈수록 심각한 한반도 기상변화와 한미 FTA로 인한 피해 등으로 지금 농민은 매우 힘든 상황이다.
한해 꼬박 농사지어도 일 년을 먹고살기가 매우 어려워진 것이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일 년 내내 외면을 받는 현실을 개선해보고자 ‘농업인의 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그마저도 빼빼로 데이에 가려져 일 년에 단 하루조차 관심을 못 받고 있다.
‘가래떡 데이’는 11월 11일 긴 막대 모양이 우리 전통 가래떡을 4개 세워 놓은 모습에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가래떡 데이’는 안철수연구소에서 먼저 시작됐다. 안철수연구소에서는 사내문화 활성화 차원에서 직원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공모했는데, 11월 11일에 가래떡을 먹자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이후 2003년부터 연례행사로 ‘가래떡 데이’가 정착되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이 행사를 이어받아 ‘가래떡 데이’가 된 것이다.
11월 11일이 농업인의 날로 지정된 연유가 있다. 농업인의 날은 원홍기 전 축협 대표 등의 주도로 1964년부터 개최됐다. 빼빼로 데이의 유래보다 훨씬 오래됐다. 원 대표가 살던 강원도 원주시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던 행사는 1996년에 이르러 정부 지정 공식 기념일이 되었다.
일 년 중 숫자 1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이 날을 농림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十一月 十一日을 아래로 쓰면 土월 土 일이 된다. 土(흙)는 농업의 터전이 되기 때문에 농업인의 날로 선정된 것이라 한다.
가래떡 Day는 ‘농업인의 날(11.11)’과 연계해 쌀 소비를 촉진하는 한편, 하나에 하나를 더하는 숫자의 의미를 담아 사랑을 전하는 날로 만들어졌다. 가래떡 데이는 사실 상업적인 기념일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농업과 농업인을 살리고, 우리 전통의 맛을 지켜가자는 캠페인 성격이 더욱 짙다.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기도 하다. 지체장애인의 날 역시 직립을 형상하는 숫자 1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고 해서 11월 11일로 정했다. 해군에서는 1945년 손원일 제독을 중심으로 해병명단을 창설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가래떡을 통해서 농민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가족·친구·연인·동료들과 훈훈함을 나눌 수 있는 11월 11일. 이제 ‘빼빼로’ 대신 ‘가래떡’을 서로 나눠보는 새문화를 창출해 보면 어떨까?
‘건강하고 오래 살라’는 뜻을 가진 가래떡을 서로 나눔으로써 ‘소통과 나눔’의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하는 한편, 가족·연인·친구·동료 사이의 사랑 고백, 화해, 용서 등을 통해 ‘사랑 빚을 갚는 날’로 승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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