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혼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기고] 이혼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 충남일보
  • 승인 2013.11.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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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서 발표한 2011년 혼인은 32만7100건으로 전년보다 2000건이 적은 0.6%로 감소하였고, 이혼율은 2012년 11만4300건으로 전년대비 2900건이 적은 2.2%감소되었으며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粗)혼인율은 6.5건으로 전년보다 0.3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혼은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에 이어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첫째, 배우자 부정행위, 둘째, 경제적인 이유, 셋째, 성격 차이, 넷째, 부부관계 거부 마지막으로 배우자 직계존속 부당한 대우를 들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혼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필자는 지난 2000년도 서울 남부경찰서 형사 계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 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침 상황실 근무를 마치고 형사계장실로 들어가려는데 야간 당직실이 떠들썩하여 당직 근무자에게 내용을 물어보니 어느 40대 여인이 찾아와 자기 남편을 폭행혐의와 강통혐의로 고소를 하려는데 담당형사가 남편을 고소하려면 이혼 청구소송을 하고 그 접수증을 첨부하여 고소장을 제출해야 된다고 말하니까 ‘그런 법이 어디 있느냐?’, “얼마 전 남편이 다른 여자와 간통을 하고 그 사실에 대해 항의하자 나를 주먹으로 때리고 온 몸을 폭행당해 억울해서 왔는데 무슨 이혼청구소송이 필요 하느냐”며 강력하게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직감하고 형사계장실로 그 여자를 불러 들였다.
제가 경찰서 형사계장인데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하셨는지 말씀해 주 실수 있겠습니까? 한참동안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 거리기에 차를 한잔 대접하고 마음을 진정 시키자, 계장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사실은 제가 어느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서로 눈이 맞아 저보다 5살이 적은 연하의 남편하고 연애결혼을 했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정말 꿈같은 신혼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2명을 두고 나니 어느덧 저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도 탈력을 잃고 얼굴에는 주름이 한 두 개씩 생겨나는 중년의 나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일 간격으로 야근을 핑계 대며 외박을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나 평소 워낙 성실한 남편이라서 모든 것을 믿고 부인으로서의 역할만 다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는데 “너의 남편 차 소나타000이 00모텔 앞에 서있더라” 친구의 말을 반신반의 하면서 뒤를 쫓아보니 어느 술집여자와 아주 깊은 관계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어느 모텔로 애인과 함께 들어가는 것까지 목격하게된 것입니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남편에게 이 사실을 추궁하자 사업상 만났다고 극구 부인하며 저를 사정없이 폭행을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여, 그러시다면 남편에 대한 처벌을 꼭 원하십니까?
폭행죄와 간통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이혼소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하자 남편을 처벌하러 왔는데 이혼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혹시 남편과 화해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참으셔야 할 것 같은 데요’ 라고 설명하면서 설득하자 좀 마음이 돌아서는 모습을 보여 혹시 남편을 제방에 불러 주 실수 있겠습니까? 라고 말하자, 내가 고소하러 간다고 하니까 아마 경찰서 부근에 와있을 겁니다. 제가 전화를 해서 불러 오겠습니다. 얼마 후 남편이 필자 방으로 들어왔다.
오자마자 또 언성을 높이며 상호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남편을 말려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분명히 말하는데 남편 분께서는 부인께서 처벌을 원하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법에 의해 처벌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고 말하자 움찔하며 그럼 다른 방법이 없을 까요? 라고 말하여 바로 기회는 이때 다 라고 생각하고 그러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라고 말하자 말씀해 주시지요? 예 지금부터 제가 말하는 대로 10분간만 남편은 부인 역할을 하고 부인은 남편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싸웠던 상황을 재현해 보시면 됩니다.
그러자 부인이 먼저 ‘내가 모텔에 간 것은 사업상 간일이고 고등학교 친구가 내차를 보았다는 것도 잘못 본 것이야’ 라고 말하자, 부인역할을 하고 있는 남편이 ‘내가 회사에 가서 물어보니 퇴근도 정시에 하고 비즈니스 때문에 횟집이나 모텔에 간일도 없다’는 등 상호 역할연기를 시키자 5분도 못 지나서 남편이 먼저 ‘여보 내가 잘못했어,’ ‘그런 당신의 심정도 모르고 내가 너무 내 입장만 내세워서...’ 라고 하면서 부인에게 손을 내밀자 부인도 ‘내가 이해심이 부족 했었나 봐요, 또한 우리 서로가 서로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나 봐요, 우리 서로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재미있고 행복하게 삽시다.’ 그리고 계장님 우리가 서로 와해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며 둘이 서로 정답게 형사계장실을 떠나는 뒷모습이 20여년이 지난 후 에도 머리에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 경찰행정학 김종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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