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복의 孝칼럼] 선생님 돈 많이 벌어 놨습니까?
[최기복의 孝칼럼] 선생님 돈 많이 벌어 놨습니까?
  • 최기복 충청효교육원장·성산 효대학원 교수
  • 승인 2014.01.23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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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삼락회는 세종시에 있는 전직 교장선생님 모임이다.
오늘 원로 교장선생님들의 투어에 함께 할 기회가 있어 함께 하면서 나눈 이야기이다.
현직에 있을 때의 갖가지 해프닝은 자리를 내어 놓아야 할 위기가 있었는가 하면 기가 막힌 이야기도 더러 있다.
한참 수업중인데 어떤 학생이 운동장을 배회하고 있었다. 조퇴를 한 것도 아니고 화장실 볼일이 급해서 나온 것도 아닌 것 같았다. 가까이 가보니 지난 학년에 담임 하였던 반의 학생이었다. 가정의 내역까지 소상하게 아는 학생이었다. 부모조차도 시세말로 까칠한 사람이었다. 반에서도 툭하면 말썽을 부리던 녀석이었다.
울컥 화가 치밀었다. 너 지금 수업시간에 어딜 나돌아 다니는 거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이 따귀를 향해 날아가는 순간 이를 날렵하게 피하면서 그가 뱉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돈 많이 벌어 놨습니까?”
선생님과 학생은 사제지간이다. 잘못 가고 있는 학생을 바른길로 인도하지 못 하는 것도 교사로서 직무유기다.
이런 경우 교사는 학생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나. 학생의 따귀를 올려 부치고 타일러서 교실로 보내고 나면 나름대로 할 일을 한 것이다. 만약 작은 외상이라도 생겼다면 학생은 상해진단서를 끊어 교사를 치상죄로 고발하고 학생이 요구하는 선의 돈을 교사는 학생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바로 가르쳐 주는 언사다. 자칫 자해라도 해서 교사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
당신이 돈 있으면 나를 때리고 그런 능력이 없으면 나를 건드리지 마라.
오늘날 사제지간의 극소수 단면으로 치부하기엔 서글픈 현실이다. 자식을 그렇게 가르친 부모는 자식이 보는 데서 누구한테 구타당하고 그에 해당하는 돈을 받았던가 아니면 그런 경우 돈을 뜯어내는 일을 보고 자식이 배운 것인가, 그가 조숙해서 이미 터득하고 있었든 일인가? 이 아이는 교실에 들어가서 있었던 일들을 무용담처럼 늘어놓을 것이고 학생들 사이에는 영웅으로 추앙되고 짱이 되어 버린다.
이를 모방하는 제2, 제3의 학생들이 선생님이 매를 들을 때마다 똑같이 “선생님 돈 많이 벌어 놨습니까?”를 되뇐다고 가정해보자.
인성교육은 주소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그 부모는 그 자식의 미래에 주책임을 져야 하고, 그 자식이 입히는 사회적 손실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자식이 사회의 덧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교권이 땅에 떨어지면 학교 교육은 의미가 없다. 숱하게 난립해 있는 학원으로 보내면 되지. 학교에 보내면 뭐 하겠나. 독이 되는 오염원이 되고 마는 것을.
칠십을 넘긴 전직 교장선생님의 이야기는 계속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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