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7·LA 다저스)이 안방에서도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록 기대했던 퍼펙트 게임은 무산됐지만 반갑지 않던 ‘홈 징크스’를 날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한 판이었다.
류현진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 3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팀이 4-3으로 승리하면서 시즌 5승째(2패)를 챙겼다.
류현진은 올 시즌 유독 홈경기에서 재미를 못봤다. 지난해에는 원정(3.69)보다 홈(2.32)에서 1점 이상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지만 올해 초반은 정반대였다. 대다수 선수들이 익숙한 홈 구장에서 호성적을 거뒀지만 류현진 만큼은 아니었다.
4월 5일 샌프란시스코와 치른 시즌 첫 홈 경기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입성 후 최악의 피칭으로 기록됐다. 당시 류현진은 2이닝 동안 8피안타 8실점(6자책)으로 무너졌다. 던지는 공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 가지 못했다.
같은 달 23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는 6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승패와 연을 맺지 못했다. 사흘 뒤에도 다저스타디움 마운드를 밟았지만 5이닝 9피안타 6실점(5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류현진은 이 경기 후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되는 불운까지 겹쳤다.
LA 타임스는 계속된 안방 부진을 두고 “류현진에게 집만한 곳은 없다.”는 반어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물론 류현진의 안방 부진을 징크스라고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 류현진은 세 차례 홈 경기 모두 4일 휴식만을 보장받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4번째 도전인 이날 신시내티전 역시 주어진 상황은 비슷했다. 22일 뉴욕 메츠전 이후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느 때보다 위력적인 투구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7회까지는 21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에는 단 한 차례도 1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류현진은 8회 선두타자 토드 프레이저에게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아 퍼펙트 게임에는 실패했지만 흠 잡을 곳 없는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 구속이 꾸준히 90마일을 넘으면서 타자들과의 편안한 수싸움을 펼칠 수 있었다. 최고구속은 95마일(153㎞)이 찍했다.
류현진은 라이언 루드윅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해 1, 3루 위기에 몰린 뒤 크리스 헤이시에게 큼지막한 우익수 플라이를 내줘 첫 실점을 기록했다. 계속된 1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은 두 번째 투수 브라이언 윌슨의 난조로 자책점은 3점으로 늘었다.
다행스럽게도 류현진은 마무리 켄리 잰슨의 호투 속에 홈 첫 승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퍼펙트 무산 후 승리까지 날릴 뻔 했던 류현진은 천신만고 끝에 승수쌓기로 올해 처음으로 안방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홈 구장 징크스가 깨진 것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충남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