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忠 日 時 論]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 김수환 본부장
  • 승인 2007.11.19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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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전례가 없을 정도의 대규모 비자금 조성과 전방위 로비 의혹에 휩싸인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사태는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비롯됐다.
김 변호사는 또다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에서 불법 로비는 모든 임원의 기본 책무’라고 주장하고 자신은 법조계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의 로비와 비자금에 관한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되었고 검찰수사도 있어 왔지만 이번처럼 핵심인사 출신의 구체적인 폭로는 처음이다.
삼성은 그룹 세습을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편법을 이용했고 주주총회 회의록 자료를 조작해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았다.
재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년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담당 재판부는 사건 배당을 받기만 하면 사퇴를 반복했다.
일부 혐의는 이건희 회장의 관련성은 입증되지 않은 채 월급사장 수준선에서 형사 처벌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민단체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 했지만 삼성을 건들 경우 국가경제가 위기에 빠진다며 공권력과 국민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은 사재(私財) 8000억원을 사회에 기부 하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으나 또 터졌다.
삼성그룹의 최대 현안이었던 부자간 조직 세습을 위한 일에 최고 책임자가 몰랐다는 그간 재판 내용과 삼성의 발표는 우리의 상식과 맞지 않다.
게다가 검찰이나 법원도 삼성의 경제위기론 협박과 김 변호사의 주장처럼 금품 물량공세 등의 집요한 로비에 무너졌던 모양이다.
딱 한번만 눈감아 주면 평생 편안해질 사치를 누릴 수도 있겠지만 법조인의 양심을 시장에서 물건 팔듯 내다 팔았다는 비난은 평생 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돈 있으면 법과 제도를 피해가고 돈 없으면 예외 없이 처벌받는 일이 반복된다면 누가 법의 심판 앞에서 승복하겠는가.
이번 폭로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을 운용했고 이를 로비 및 정치 자금으로 사용했으며 이 과정에 누가 개입했느냐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삼성측은 김 변호사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증거와 김 변호사의 구체적인 진술로 볼 때 그의 주장이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사태가 민주 선진국으로의 재도약 발판을 제대로 놓느냐 아니면 이 상태에서 다시 주저앉느냐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큰 시대적 전환점에서 사회 일부 실세 내부의 온갖 역학이 맞물려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나라의 미래와 국가정의 및 기강확립 차원에서 정치권의 전례 없는 국익적 각오가 요구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청와대까지 삼성의 손길이 미쳤다는 이번 폭로는 대선을 한달여 앞둔 갈 길 바쁜 정치권과 특별수사본부 설치라는 극약처방을 빼든 검찰의 향후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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