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忠 日 時 論]유권자, 대선에 볼모 되다
[忠 日 時 論]유권자, 대선에 볼모 되다
  • 강 재 규부국장
  • 승인 2007.11.22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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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여 전만 해도 후보등록 1주를 남기고 대선 정국은 큰 회오리에 빠져들고 표심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우세였다.
김경준 씨가 송환되고 그가 갖고 들어올 BBK 이면계약서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연루 의혹을 입증할 것이란 전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후보등록을 사흘 남긴 22일 현재까지만 봐서는 그런 전망은 일단 틀렸다.
김씨의 부인마저 미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이면계약서 4종을 공개하였지만 그 진위논란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원본을 23일 오후에나 갖고 들어온다고 했으니 더 기다려 봐야 할 처지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미 시간물리적으로 수사발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고 후보등록을 한 열흘쯤 후인 내달 5일께에나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현 대선구도는 이대로 흘러갈 공산이 다분하다. 돌이켜 보건대, 이 사건이 대선 판도를 뒤흔들 사안이라고 본 신당쪽이 무언가에 홀리거나 전략 선택을 잘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의혹 사건을 쾌도난마처럼 검찰이 해결한다고 해도 실은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이해하게 될 것인가를 염두에 둬서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천동지할 사안임에 틀림없지만, 실제 유권자들에게 ‘이명박 도덕성’이 얼마나 충격을 줄 것이고 이런 선거 전략이 얼마나 감동을 줄 것인가라는 생각에 미치면 더욱 확연해질 것 같다.
우선 김경준 BBK 사건은 거의 투자전문가 수준의 자금 흐름이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이해하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요란스럽기는 하지만 일반 유권자들에게 파고 들기가 쉽지 않다.
정치컨설턴트들에게는 거의 기본서나 마찬가지인 조셉 나폴리탄의 ‘정치컨설턴트의 충고’ 한 장을 보면 ‘작은 것이 중요하다’는 경구가 나온다.
이를테면 1000억이나 조와 같은 숫자는 대부분의 유권자에게 의미가 없다.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것들과 연관을 맺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령 미국 한 대선전에서도, 국방비 예산이 얼마고, 지출내역이 얼마 하는 식에는 관심이 있을리 없었다.
그런데 공군부대 화장실 휴지 하나에 700달러 지출, 일반회사에서 5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 망치를 군부대서 125달러에 구매… 하는 식의 보도가 나가자 국민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던 예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큰 이슈에만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더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은 ‘작은 것’에 있다고 보면 맞다.
일반적으로 대선은 큰 이슈로 판가름 난다고 알려져 왔지만 그것은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1996년 클린턴의 컴백을 주도한 딕 모리스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모리스는 학부모들을 겨냥한 청소년 교복착용, 대학생 자녀들을 위한 세제혜택, 남편들에게 출생휴가 부여 등 구체적인 정책을 쏟아내며 경제적 부흥기에 들어선 가정의 행복과 안정 등 사회정책에 눈 돌린 것이 주효,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명박 후보의 경우도 같은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BBK보다는 ‘위장전입’ ‘위장취업’이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기자회견장마다 각종 BBK 관련 차트판을 들고 나오는 대변인들조차도 제대로 이해를 하고 설명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나올까.
아무리 차분히 설명을 해도 이 사안은 이미 결코 어느 쪽의 일방적 주장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근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후보선택 기준으로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을 꼽은 사람이 각각 42.3%와 26.7%를 차지한 반면 도덕성을 꼽은 사람은 14.6%에 불과했던 것을 보아도 그 시대를 관통하는 민심의 흐름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이해하기 쉬운, 작은 정책들로부터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대선의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다. 감동이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누구 할 것 없이 ‘따지고 보면 선택할 후보가 없다. 하지만 하나는 선택을 해야 하니까 선택은 한다’고 하면서도, 누구 때문에 누구는 절대로 싫고, 누구는 이래서 싫고, 또 누구는 저래서 싫고 하는 식이다.
어쩌다 대선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면서,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들에 볼모가 된 처지고, 그것이 현실이니 어쩔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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