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향교(鄕校)쇠퇴, 전통문화 보존 시급하다
[윤영선 칼럼] 향교(鄕校)쇠퇴, 전통문화 보존 시급하다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4.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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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에 전국에 소재한 향교(鄕校)에서 춘계 석전제(釋奠祭) 행사가 열리고 있다.
석전제(釋奠祭)라는 단어는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다. 석전제는 음력 2월과 8월에 향교의 대성전에서 성인(聖人) 즉, 공자님 등 중국의 유학자와 우리나라의 훌륭한 유학자에게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조선시대 향교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현재의 중고등학교와 같은 공립학교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성인(聖人)에 대한 문묘 제사 등 제례의식이다. 현재 향교의 역할 중 학교 기능은 사라지고, 제례 의식만 남았다.
필자는 지난 3월 22일에 보령시에 위치한 남포향교에서 열리는 춘계석전제에 참석했다. 필자의 부친은 남포향교의 전교(典敎)를 지내신 분으로 당일 남포향교에서 부친이 상을 받는 행사가 있어 춘계 석전제에 참석하게 됐다.
참고로 남포향교는 태종13년에 설립된 공립학교로서 600여 년이 넘었다고 하며 현재 남포향교에서 제사를 지내는 성인은 우리나라의 유학자로서 신라시대 설총 선생(신라문자 이두를 창안)과 최치원 선생, 고려시대 안양 선생(주자학을 들여온 고려말 학자), 정몽주 선생 등 18명의 학자, 중국의 성인은 공자, 안자, 자사자, 맹자 등 9명의 학자를 모시고 있다.
당일 남포향교 석전제에 참석자는 60대 연령층 몇 분을 제외하고는 80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며 참석인원도 30여 명으로 초라하게 진행됐다.
앞으로 우리의 전통문화인 향교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이 칼럼을 쓴 이유다.
향교(鄕校) 고려시대에 생긴 공립 교육기관으로 지금의 중고등학교 역할을 수행했다. 고려시대 개경에 국자감이라는 교육기관이 있었고, 지방에 소재한 공립학교로서 향교가 도입됐다. 고려시대 고위 관리 선발방식으로 지금의 행정고시와 유사한 과거제도를 958년(고려 광종 때 중국에서 귀화한 쌍기의 건의로 도입)에 도입해 실력으로 관리를 선발하게 됐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과거시험 응시생들을 위해서 지방에 향교가 도입됐다.
조선시대에 들어 향교의 역할은 더욱 강화됐는데 조선 왕조는 불교국가인 고려를 멸망시키고 세운 왕조로 국시(國是)로서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실시했다.
고려시대 말기에 중국에서 들여온 유학의 일파인 주자학(朱子學)의 주자는 중국 송나라때 유학자였다. 그는 공자, 맹자 이후 답보 상태인 유가를 체험했다. 당시 조선시대 양반계급의 목적은 과거시험에 합격해 관직에 나가는 것이었다.
마을에 위치한 서당은 지금의 초등학교역할을 하게 되고, 서당에서 글을 익힌 후 공립학교인 향교 또는 사립학교인 서원에 진학했다. 지방의 양반자녀들은 향교 또는 서원에서 공부 후 지방의 선비시험(향시라고 함)인 생원, 진사 시험을 보게 됐다.
생원, 진사 합격자들은 서울에 위치한 성균관에 입학하는 게 전통적인 양반계급의 과거시험 준비 과정이었다. 하지만 조선시대 향교의 선생님은 종9품, 종7품에 해당하는 과거시험 합격자가 했는데 지원자가 적어서 우수 선생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재정확보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때문에 유명무실한 향교가 있고, 인기 있는 향교로 구분되는데 지금의 강남학군 처럼 이는 향교의 재정상태, 유능한 선생님 확보에 관련 됐을 것이다.
이런 향교가 본격적으로 쇠퇴기에 접어든 것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서구식 교육제도를 도입하면서 향교의 기능이 과거 성현의 제례의식으로 축소됐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서구문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리의 수천년간 내려온 전통 정신과 문화의 보존을 소홀히 했다.
그 결과 지방 향교에 가보면 논어(論語)를 잘 숙지하고, 이를 후학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선생님들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향교의 존립목적이 과거의 성현들의 제사 의식으로 축소돼 있어 더욱 향교가 일반 주민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든다.
더욱이 기독교나 불교 신자들은 유가와 관련된 향교의 제례의식을 종교의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계적으로 종교학자들이 유가와 유학은 선비들이 자기 수양하는 학문의 일종이고, 종교가 아니라고 이미 결정한 사항인 만큼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영국의 세계적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文明)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한다고 했다. 즉 중국 중심 문명이 유럽으로 이동하고, 유럽에서 다시 미국대륙으로 이동하고, 향후 미국에서 다시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로 문명이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볼 때 동양의 전통 문화의 보존의 하나로서 향교 보존을 잘 검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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