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세금은 인류공동체 문화의 산물이다
[윤영선 칼럼] 세금은 인류공동체 문화의 산물이다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4.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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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속담에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이 중 하나는 죽음이고, 나머지 하나는 세금이다.
자고로 세금은 죽음처럼 마주치고 싶지 아니하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영어로 세금은 duty, 우리말로 의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세금은 강제성이 있다는 뜻이다.
세금(稅金)의 정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체의 필요한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국민, 기업 등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돈을 세금이라고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전기세, 수도세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요금은 각각 개인이 공공기관의 서비스 사용에 대한 댓가를 지불하는 요금이므로 세금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금은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문화의 유산이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통치자가 공정한 세정을 펼친 시기는 태평성대라고 부르고, 가혹한 세정을 펼친 왕조는 폭군정치 또는 민란이 많이 발생했던 공통점이 있다.
동·서양 왕조의 멸망의 공통점은 나라를 통치하는 왕이나 황제들이 나라 재정을 사치 또는 전쟁 등으로 낭비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무리하게 백성들에게 징수하게 되고, 이로 인해 조세행정이 문란해지고, 편승해 관료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백성들에게 무리한 세금을 징수하는 공통점이 있다. 세정(稅政) 문란 시기에 주변 국가들의 침범으로 왕조가 멸망하게 된다.
인류의 진화는 500~700만 년 전에 동부 아프리카(현재 케냐, 탄자니아 지역)에서 우리 인류의 조상인 원숭이가 나무에서 살다가 초원에서 서서 보행하는(직립보행이라고 부름) 생활로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인류로 진화했다고 문화인류학에서 말하고 있다.
이러한 고대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수렵과 채취 생활을 했다. 한 곳에 정착하지 아니하고 초원과 산림을 돌아다니면서 사냥도 하고, 과일 또는 곡물의 채취 등을 통해 생존하는 집단 공동생활을 했다.
수렵유목 생활하는 수백만 년 동안 세금은 없었다. 세금을 거두려면 잉여생산물이 있어야 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지배계층이 있어야 하는데, 원시 유목수렵사회는 잉여농산물도 거의 없고, 지배계급이 없는 공동생산, 공동분배 등 공동생활을 했다.
씨족 중에서 가장 연장자 또는 현명한 노인이 씨족장으로 선출돼 씨족 집단에게 어디에 사냥감이 많고, 어디가 덜 위험한지 등 경험을 통해 씨족의 안전과 종족의 생존에 기여했다.
이러하다가 지금부터 1만 년 전~1만1000년에 지금의 중동지역인 이라크 지역(지금의 티그리스 강, 유프라테스 강 상류지역)에서 최초로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생활을 하는 부족들이 나타나게 됐다.
야생에서 자라던 보리, 밀, 구근식물들을 재배하고 한 군데 정착생활을 하며 농사를 짓는 부족들이 탄생했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씨앗을 뿌리고 수확을 하려면 한 곳에서 정착생활이 필요하고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하다. 수렵생활은 씨족수가 일정 이상 많으면 사냥과 생존에 방해가 되지만, 농업은 인원이 많을수록 경지면적의 확대 개간, 관개수로 개발 등 생산성이 증가한다.
농경 정착생활로 인해 잉여농산물을 생산하게 됐고, 주민들은 잉여 농산물을 비축해 일년내내 한 곳에서 먹고 살게 된 것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한 씨족이 다른 씨족을 병합해 주민수가 많은 부족이 발생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부족장이 생기고, 농사에 필요한 일기예측를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관계급이 발생한다
농경사회로 진화하면서 원시 평등사회에서 계급사회로 변한 것이다. 지배계급은 부족장, 신관 등으로 이 사람들은 농사를 짓지 아니하고, 통치와 제사만을 전담하게 된다.
지배계급은 백성들에게서 농산물을 거둬서 본인들 생활도 하고, 아울러 부족원들의 안전을 다른 부족으로부터 책임지게 되고, 강한 부족장은 다른 부족들을 병합해 부족국가로 발전했다.
강한 부족국가가 여러 부족국가를 침략, 병합해 전제 절대왕조가 탄생하는 인류의 진화단계를 거치게 됐다.
이러한 역사의 진화과정에서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돈이 세금이다. 세금은 약 1만 년 전 농경사회의 시작과 함께 발생한 문화의 산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법전인 기원전 18세기(약 3800년 전) 페르시아 왕국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세금이 나온다.
역사가 진화하면서 세금의 과세대상 등이 발전해 왔다. 성경에 나오는 십일조는 원시세금 유형 중 하나다. 십일조는 각자 주민이 생산한 곡물의 10분의 1을 지배계층에 바치는 제도다.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농작물에 대한 재산세로 10%를 징수했다. 고대 중국에서 주(周)나라(기원전 10세기·약 3000년 전)에서는 정전(井田)법을 가장 이상적인 세금으로 생각했다.
한자 정(井)자처럼 중앙 부문을 농민들이 공동으로 농사지어 9분의 1을 왕에게 바치는 재산세 제도다. 고대 서양의 세율은 10분의 1, 동양은 9분의 1이니 비슷한 수준이다. 낮은 수준의 세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복지재정으로 재정 적자가 문제가 되고, 이를 위해 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역사 이래 세금내기를 좋아하는 국민은 없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먼저 나라살림을 개인이 살림하듯이 절약해서 사용한 다음, 국민들에게 부족한 세금인상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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