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4·29 재보궐 선거를 보고
[김강중 칼럼] 4·29 재보궐 선거를 보고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5.05.0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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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리스트 파문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4·29 보궐선거가 끝났다.
전국 246개 지역구 가운데 1년 안 되는 임기 국회의원 4명을 뽑는 선거 치고는 많이 요란했다.
우리 지역에서는 선거가 없어 ‘김빠진 맥주’ 마시듯 관전의 흥미는 반감됐다.
다만 성완종리스트에 대한 수도권과 광주지역의 평가가 어떨지 궁금했다.
부산중 1년 선후배 사이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간 ‘미니 대선’의 전초전도 눈길을 끌었다.
성완종리스트로 박빙이 예상됐으나 야권의 분열은 어쩔 수 없었다. 성완종리스트 파문이 터지기 전의 초반 판세 4대 0 전패로 귀결됐다.
여야 대표들은 명운을 걸었다. 그래서 였을까. 어떤 후보들은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겠다, 섬들을 잇는 다리를 만들겠다’는 등 대선에 버금가는 공약들이 난무했다.
보궐선거는 어느 지역이든 대개 30% 투표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출마한 후보의 면면도 잘 알 수 없다. 유세에서도 양당의 대표 얼굴만 집중 부각됐다.
관심 있게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여야의 선거 프레임은 진부했다. ‘정권심판 대(對) 안정적 국정운영’ 수십년 간의 해묵은 구호는 반복됐다.
달랑 네 곳 선거를 놓고 여야 대표들은 사활을 걸었다. 이들은 ‘성(成)리스트’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선거전에 끌어들였다.
이에 응답하듯 선거일 하루 전 와병의 대통령은 ‘사과’라는 단어는 배제하고 대독 메시지를 발표하자 야당은 선거개입이라며 발끈했다.
대통령은 사과는 보다 정쟁부패로 얼룩진 정치사를 바로잡는 계기를 당부하는 역공을 취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를 선전포고로 인식했다. 급기야 문 대표는 ‘성완종게이트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선거개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렇게 강공을 날렸으나 문 대표 데뷔전은 완패로 끝났다.
결과론이지만 참여정부 사면의혹에 김무성 대표처럼 조사 받겠다고 당당했어야 했다.
또 단식농성에 들어가고 내각 총사퇴를 외쳤다면 어찌 됐을까.
어찌됐든 ‘성완종 게이트’란 대형 악재 속에도 위기관리를 입증한 김무성 대표는 당내 입지를 다졌다. 동시에 여권내 대선후보로 발돋움하게 됐다.
반면 취임 일성 ‘이기는 정당’을 표방했던 문 대표는 참패로 곤혹스럽게 됐다.
당(黨)의 ‘심장’인 광주가 그를 버리면서 당권도 차기 대선주자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기실 선거는 늘 ‘말의 성찬’이 아니던가. 지켜질 가능성도 없는 공약들로 넘쳐나고 구호가 요란했지 실현되는 것 없는 것이 유세다.
이런 공약(空約)들과 진부한 구호로 전승, 전패를 한들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또 여야가 반반 나눠 가진들 정치권의 기득권 셈법만이 있을 뿐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국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는 늘 요원했다.
호재에도 완패한 야당의 패인을 보자. 야권의 후보 단일화로 싸워도 만만치 않은데 야권 난립은 표 분산으로 지는 게임이 됐다.
게다가 문재인 대표의 실언과 야당답지 못한 행보도 한몫했다.
예컨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에 참배하는 모습도 야권 지지자들에겐 곱지 않았던 모양이다. 낙마했으나 이완구 총리 내정 시 호남총리론을 주장해 충청민심이 돌아섰다.
서민의 주머니를 지키겠다면서 담뱃값 2000원 올리는데 동참해 인심을 잃었다.
슬림화의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국회의원을 400명으로 늘리자는 발언은 정치 감각을 의심케 했다.
무상급식 논란을 빚은 홍준표 경남 도지사와 담판 짓겠다고 찾아가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이 처럼 정치를 장난하듯 퍼포먼스한 결과다.
문재인 대표의 책임도 많겠으나 동교동계 방임도 빛을 발했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경선에서 석패한 감정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원내대표까지 지내고 자당의 유세 지원은 못할 말정 ‘홍준표 홧팅’을 외치는 건 참 생뚱맞다.
대통령의 후보까지 만들어 준 당을 탈당해 난공불락 야당의 텃밭을 자해하는 모습은 정치 무상함의 극치였다.
새정연은 보궐선거에서 패했을 경우 문재인 대표를 제물로 삼고 내년 총선에만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제 선거가 끝나자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고 있다.
성완종의 리스트로 여야 막론하고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정치의 식상함이 작금의 일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성완종사건의 진실을 지켜보고 있다.
또 망국의 4대강 사업 등 전 정권의 의혹과 부정에 대해 소상하게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딴전을 부리고 있다.
톰 하트만은 ‘2016 미국 몰락’이란 책에서 탐욕과 부패와 어리석음이 미국을 무너지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붕괴 원인은 약탈형 정치가, 은행가, 기업가, 억만장자, 파시스트 등 소위 경제 왕당파를 지목했다.
어디 특권층의 탐욕과 부패가 미국만의 문제인가. 우리 상황과 현실이 더 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다.
정치인과 기업인, 공직자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10년 넘게 불황의 원인이 되고 소득 양극화, 정치 불신, 사회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성완종리스트만이 아니다. 원전 비리와 세월호를 침몰시킨 관피아, 방산 비리, 자원 비리 등 비리를 척결해야만 할 때다.
국회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1년 반이나 시행을 미뤄야 할 이유가 없다.
인도, 차도의 싱크홀만 위험한 게 아니다. 바로 시행해서 부패한 우리의 ‘도덕적 싱크홀’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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