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평] 초등 교과서에 다시 오른 한자교육 어떻게 봐야 하나
[충남시평] 초등 교과서에 다시 오른 한자교육 어떻게 봐야 하나
  • 김법혜 스님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 승인 2015.05.18 1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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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 갚을 길은 오직 하나 살아생전에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서 새겨 나라위해 겨레 위해 일하오리다’
지난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겨례의 스승인 세종탄신일(618돌)이다.
스승의 날은 한글을 창조하신 겨레의 스승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됐으면 하는 취지에서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1965년)로 정했는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겨레의 스승인 세종대왕은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여기저기에 그의 뜻을 새기기 위해 동상이 세워져 있다.
동상을 보면 세종대왕을 잘 본받는 듯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세종대왕을 위대한 임금인데다 한글을 창제했는데도 진정한 인물로 평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세종을 임금이 아니라 학자, 사상가로서의 이도(세종의 본명)로 조명할 때다. 그는 인류 최고 수준 사상가이며 통합·통섭 학자였다. 세종은 ‘훈민정음’ 해례본(1446)과 ‘동국정운’(1448)을 통해 그런 점을 분명히 했다.
세종대왕의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바로 한자 중심 사회에서 많은 저항을 물리치며 오직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그 업적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 인간은 언어가 있어야 한다. 인간의 모든 문화 활동과 창조가 바로 이 언어 사용을 통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언어는 태초로부터 공동체 환경 속에서 그 모인 사람들이 고유하게 만들어져 사용해 온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1차적인 것이 음성 언어이고 이런 언어를 인지 발달과 함께 시각적으로 정착시킨 것이 문자 언어이다.
우리 민족은 고유의 음성 언어가 있었지만 이 언어에 합당한 문자 언어를 갖지 못해 오랜 세월 중국 문자인 한자를 빌려 사용해 왔다. 그래서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기 전까지 백성들은 한자를 이용해 글을 쓰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더구나 한자는 배우기도 어렵고 쓰기도 어려웠다. 한자는 온 백성이 고루 사용하는 언어 도구가 아니라 소수의 지배 계층만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반 쪼가리 역할 밖에 할 수 없었다.
때문에 한자를 배우지 못한 많은 백성들은 무지에 빠져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가 없었다.
바로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세종대왕이 모든 백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우리 글자를 만들고자 뜻을 세워 마침내 한글을 창제하시기에 이르렀다.
한글 창제 계획이 추진되던 1440년대 당시 타성에 젖은 국가 지배 세력들의 조직적 저항 속에서도 세종대왕은 국가 미래를 내다보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로 우리나라는 거대한 문화 문명의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우리 글을 만들어 한글의 덕을 보게 됐다.
문화와 문명은 언어 지식의 창조적 표현물로서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도 한글이다.
이처럼 쓰기 쉽고 읽기 쉬운 한글이 대중화가 됐다. 이제는 한자 중심 시대에서 벗어나 한글 전용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의 문화,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런데 한동안 교육 현장에서 사라졌던 한자가 한글 사이로 느닷없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병기해 가르치게 됐다.
교육적 음모가 꾸며진 것이다. 한자 교육을 통해 특별한 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집단 이기심에서 비롯된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로 추정된다. 이런 주장이 옳은지 틀린지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한자 시대가 아니라 전적으로 한글 시대다. 한문을 배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자로 살아온 우리의 과거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에 따라 누구든 한자를 공부할 수가 있다.
한자를 초등학생 교과서에 병기해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발상은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쓰고 있는 이 글도 순 한글로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시대에 대중화된 스마트폰도 모두 한글이다.
한자를 덧붙여 쓴다고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 한자 교육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불필요한 억압적 부담만 줄 뿐이다. 더욱이 입시 중심 교육 현실 속에서 이 발상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폭력적 횡포가 될 수 있다.
국가 교육 지도자들로서 이 사실을 모르면 공연히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고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마땅할 일이다.
한글 전용은 대한민국 미래 희망의 절대 조건인 것이다. 우리말 우리글의 소중함에 대한 무관심과 인식부족이 안타까움을 넘어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 스스로 말과 글을 아끼고 다듬어 한글오염의 가속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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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5-05-19 10:47:41
법혜스님의 칼럼을 통해 늘 배움이 또 하나...
스승의 날이 세종대왕의 탄신일에
기인했슴을 알게 되었으니요.
부부의 날에 이어 그저 모르는 것 투성이로도
세상 참 잘 살아가고 있슴을 알게 합니다.
헌데 초등교에 한자 병행에 대하여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뜨면서 이제 한자는
이미 한자가 생활화된 일본슬 비롯 동남아는
그 영향권이 큰 현실이고 미래임을 볼 때
좋은 방향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