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건강수명 연장과 삶의 질
[윤영선 칼럼] 건강수명 연장과 삶의 질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6.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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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수명은 81.3세이고 건강수명은 74세라고 한다. 건강수명이라 함은 남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건강한 연령을 말한다. 즉 우리나라 노인이 말년에 7년 동안은 병석에 있거나 건강이 안 좋아서 부양가족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향후 복지정책은 노인층의 단순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건강수명이 연장되도록 주변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사회를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중산층의 복지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다.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성장하고 안정되려면 중산층에 대한 배려가 매우 필요하다. 도시생활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중산층들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노년층들이 평안한 노후를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세계에서 전체 인구의 25퍼센트 이상이 65세 이상(전체 인구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20% 이상이면 초고령 국가라고 분류함)인 국가는 일본, 프랑스 등 몇 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 국가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24.3퍼센트가 65세 이상 인구에 해당되고, 2040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약 33퍼센트가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 국가가 된다.
소득수준이 3만 달러, 4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면 육체적 건강 못지 않게 정신적 건강을 지켜주는 게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요즈음 논쟁의 대상이 되는 무상복지는 주로 무상급식, 무상진료, 무상생활비 등 물질적 복지가 중심이다.
그러나, 소득수준이 이미 4만 달러를 초과한 미국, 유럽의 복지사업의 역점 업무로 “공원 가꾸기”등 삶의 질 향상, 생활환경의 개선을 중요 업무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물질중심 복지에서 중산층의 “삶의 질 향상” 등 질적 복지로 변화하고 있다. 경제학 용어에 “외부경제(外部經濟)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본인의 주거지역 주변에 제3자가 투자한 좋은 시설이나 투자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아니하고 무상으로 경제적 혜택을 즐기는 효과를 말한다. 외부경제 효과의 사례는 주변에 매우 많다.
집 가까이에 갑자기 좋은 학교의 신설, 편리한 대형 쇼핑몰의 신설, 멋진 공원의 신설, 대기업 본사 신설 등이 생기면 집값 상승, 편리함, 쾌적함 등 많은 경제적 사회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유럽, 미국의 고급 주택가는 가까이에 멋진 공원이나 숲이 있는데 이는 “외부경제 효과”를 누리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또 유럽의 관광지 주택들은 도로 쪽에 예쁜 꽃들을 장식하고 가로수를 잘 가꾸고 있다. 이는 방문객,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 모두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각자가 모두 자기집 주변에 예쁜 정원 가꾸기는 지역 주민 전체의 집값 상승을 가져오고, 범죄 발생도 줄어들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삶의 질을 높이고, 마음의 치유효과 등이 있다고 해외에서 많이 연구된 사실이다. 지역 주민들이 협력해 좋은 주변 환경을 만들면 주민 모두에게 경제적, 정신적, 사회적 혜택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래서 삶의 질 향상사업의 일환으로 아름다운 주거공간 만들기를 제안한다.
보령·서천 등 농어촌 지역은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중산층과 노인층을 위한 여가시설이 빈약하다. 주변에 공원도 적고, 주민들의 휴식공간도 미흡하다.
향후 농촌지역은 고령인구가 도시보다 빠르게 급증하기 때문에 쾌적한 생활 공간의 제공이 복지 차원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부수적으로 아름다운 농어촌을 만들게 되면 대도시의 귀농인구 유인, 출향객 유치, 관광객 유치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도 부수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아름다운 농어촌 만들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을주변 임야, 개인 집 마당과 울타리, 마을 도로변에 가로수와 꽃을 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나무를 심어서 매혹적인 마을을 만드는 것은 수십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묘목이 큰 나무로 자라는데 최소 20년, 30년에서 50년, 100년이 소요된다. 당장 표시 나지 않는 미래 사업이고, 돈도 소요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중산층의 생활의 질 향상 사업에 시장, 군수의 정책적 배려와 투자가 먼저 필요하다. 예쁜 마을 가꾸기는 민간분야와 지역주민들도 적극 호응하도록 해야 한다. 각 읍·면별 향우회, 기업인 등도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해야 한다.
지역 청년회의소, 단위농협들도 “낭만의 꽃길 가꾸기 10년 계획” 추진을 제안한다. 각 마을도 자체적으로 이장, 부녀회장이 중심이 돼 각자의 임야, 마을 안길, 집 마당 등에 매년 나무심기 사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마을의 모임인 대동계가 미래 후손을 위해 나무심기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고령인구가 많은 농어촌에 나무심기와 꽃길 가꾸기는 미래 20년, 30년 후에 농어촌 지역의 귀중한 관광자원, 산림자원으로 가치를 할 것이다.
소득 수준 3만 달러 시대는 감성의 시대다.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
복지정책의 방향을 중산층과 고령자 세대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삶의 질 향상 사업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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