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처럼 힘든 공무원시험
[월요논단]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처럼 힘든 공무원시험
  • 임명섭 논설고문
  • 승인 2016.04.17 18: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에서는 ‘공무원’이라고 하면 굉장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다보니 국가권력의 힘이 세고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많으니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훨씬 더 세서 그런 것 같다.
중국 학생들이 “한국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얼마나 되냐”고 물으면 해마다 직급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일반행정직의 경우는 보통 100:1이 넘어간다라고 말하면 중국인들은 “그렇게 쉽냐”고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다.
중국에서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보통 300:1에서 1000:1 정도이고 서점가에도 학생들의 수험생 만큼이나 많은 공무원 수험에 관련한 책이 진렬돼 있어 놀랄 정도다. 우리나라도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심하긴 마찬가지다.
시험생들이 몇 번째 응시인지 기억 조차 안 날 정도로 시험을 많이 본다. 시험 볼 때 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또 보고 또 보게 되는게 현실이다. 한 젊은이는 지난해 말 모 기업의 임원 차량 운전사로 취직했지만 출근해서도 시간이 빌 때마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국가공무원 9급 필기시험에는 사상 최대인원인 22만 명이 몰렸다. 20대 청년층이 가장 많지만 40세 이상도 1만 명을 훌쩍 넘겼다.
공무원이 되기가 어렵자 최근 국가공무원 7급 시험에 지원했던 한 수험생이 시험지와 답안지를 훔치고 정부서울청사에 침입해 합격자 명단까지 조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대학수능시험에서도 질병을 핑계로 답을 스마트 폰으로 뽑아내 좋은 성적으로 서울의 유명대학 진학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에서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다”고 실토했다.
공무원 시험이 대기업보다 더 인기가 높아 열풍이 일고 있다. 공무원 9급 초임은 연봉 2500만∼2700만 원이여 급여가 ‘박봉’을 벗어난 지는 한참됐다. 우리 사회 전반과 비교하면 공무원의 대우는 그다지 박하지 않다.
게다가 ‘봉급’에 정액급식비, 직급보조비, 정근수당, 명절휴가비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맞춤형 복지비’까지 고려하면 기업 신입사원에 견줘 전혀 나쁘지 않은 수준이 됐다.
그리고 정년이 확실히 보장되는 공무원의 안정성은 기업과 비교할 수가 없다.고위직도 대부분 59세까지 근무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 같은 일·가정 양립정책과 양성평등 인사정책은 특히 여성 지원자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공무원연금도 여전히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좋은 조건이다. 때문에 공무원 시험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는 것 처럼 좁은 문을 뚫어야 하니 ‘공무원 고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전에는 경직된 공직사회 문화와 비리 등으로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명예퇴직과 비정규직 도입으로 민간기업의 고용불안이 심각해지면서 안정된 공무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마다 대학을 졸업하는 55만여 명의 절반가량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요즘에는 아예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교 졸업예정자나 재수생까지 참여하고 있다.
때문에 방과 후 특별반으로 ‘공무원반’까지 운용하는 고등학교가 있을 정도가 됐다.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우니 공무원을 향한 끝없는 행렬은 점점 길어질 것 같다.
하지만 한창 도전에 나서야 할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하위직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기회를 찾기보다 안정된 자리만을 좇는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체제 속에서 우리나라는 그 어느 때보다 젊은이들의 창조적인 도전의식이 필요하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청년 일자리 마련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면서도 실속없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
정치권도 하루빨리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