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죽음부른 가습기 살균제
[월요논단] 죽음부른 가습기 살균제
  • 임명섭 논설고문
  • 승인 2016.04.24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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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망자가 발생한 후 관련 업체가 사과와 보상의 뜻을 밝히기까지 5년이 걸렸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임신부와 영·유아 143명이 급성 폐질환으로 잇달아 숨졌다.
가습기는 공기의 습도를 적당히 유지시켜 주기 때문에 마시는 물 만큼이나 중요하다. 적당한 습도는 호흡기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그래서 겨울철이나 건조한 계절 또 다른 요인으로 인해 적절한 습도가 필요할 때 인위적으로 가까이 하는 것이 습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가습기다. 가습기는 전기에 의해 물을 입자화하거나 혹은 수증기로 만들어 뿜어내는 장치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가습기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대중화된 가습기는 물을 가열하면 김이 나오게 해 자연히 실내 습도를 높아지게 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기 커피포트처럼 가습기 안에서 히터나 전극봉으로 물을 가열시켜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것을 강제적으로 밖으로 내뿜는 방법이다. 이 때 밖의 찬 공기를 만나면 수증기가 응결돼 하얗게 보이게 된다.
이같은 가습기를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해 쓴 약품이 인체에 치명적인 살균제로 밝혀져 수많은 인명피해를 냈다는 것이다. 5년 전에 발생한 엄청난 사건이 최근 뒤늦게 검찰이 수사 선상에 올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자가 임신부와 영유아 등 모두 146명이 숨졌고 피해자도 530명에 이르고 있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러놓고도 가습기 살균제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법적 책임을 은폐하려던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이들 가습기 피해 사망자 가운데 70%에 달하는 103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데도 옥시는 그동안 공식적인 대국민 사과는 커녕 보상에 대한 언급조차 하지 않고 이제껏 미루어 왔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 관계자들을 줄소환 수사에 속도를 내자 사건의 키를 잡고 있는 옥시가 당황해 하면서 거액의 보상금을 내놓았다.
옥시는 영국계 회사로 이 분야에서 국내 1위로 꼽히고 있다. 옥시는 2001년부터 폐 손상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에 대한 논란이 일자 질병관리본부는 2011년 8월 역학조사를 벌여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발표하면서 사람을 죽음으로 부르게 하는 공포의 판매를 막았다.
그런데 이를 사용한 소비자들 대부분이 가슴 통증 등으로 부작용으로 인터넷에 게시글을 올렸는데도 회사 측이 의도적으로 삭제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은 은폐 여부에도 초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발표한 그 해 기존 법인을 청산하고 새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이니냐는 의혹도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인 세탁을 한 셈이다. 누가 봐도 옥시 측이 형사 처벌을 피하려고 부린 빤한 꼼수로 읽힌다.
더 기막힌 일은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인체 유해성 여부를 유리한 쪽으로 꾸미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네 가면서 안전하다고 광고했다는 얘기끼지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제품을 팔았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각성과 사태 수습에 나서야 마땅한데도 시종일관 ‘면피’할 속셈 뿐이었다니 공분의 철퇴를 맞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악덕 기업의 전범이 분명하다. 소비자가 무서운 줄 모르는 악질 기업은 손가락질을 당해도 억울할 게 없다. 의문의 사망자가 숱하게 나왔는데도 방치해오다 검찰 수사에 착수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검찰이 칼을 뽑자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온 롯데마트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 보상을 위해 100억 원을 마련하겠다고 했고, 홈플러스 역시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옥시를 시작으로 1차 수사 대상으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애경, 세퓨, 이마트 등 해당 업체에 대해 수사에 나서 사실을 밝혀내기로 했다.
가습기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고 정당한 보상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건강을 지키며 살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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