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평] 우리 지진위험 어느 정도인가
[충남시평] 우리 지진위험 어느 정도인가
  • 김법혜 스님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중앙상임위원
  • 승인 2016.04.25 18: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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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진 참사를 보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꿈>이 떠 오른다.
구로사와 아키라는 영화계의 거장으로 그가 만든 영화 <라쇼몬>, <7인의 사무라이> 등은 이름만 들어도 경외감을 갖게 하는 명작들이다.
그의 나이 81살이던 해인 1990년에 제작한 영화 <꿈>은 지진과 화산폭발의 여파로 일본의 모든 원전이 폭발하는 대재앙을 꿈의 형식을 빌려 고발한 영화다. 후지산이 붉은 화염에 휩싸여 붕괴되는 장면은 인류의 종말로 묘사하기도 했다.
영화 <꿈>을 제작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다른 영화 <카게무샤>에 ‘다케다 신겐’ 부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나고야성을 공격하는 전투 중에 강진이 발생해 땅이 갈라지고 산이 무너지는 장면이 나온다.
갈라진 땅 아래로 추락하는 무사들은 지옥 불 속으로 던져진 죄인들처럼 살려달라는 비명을 지른다. 이들 영화가 개봉된 후 21년이 지난 2011년 동일본에 규모 9.0의 강진이 일어나 후쿠시마 원전이 붕괴됐다.
영화 <꿈>이 현실이 됐고 영화 속 주인공이 꿨던 ‘꿈’은 ‘예지몽’인 셈이 됐다. 하지만 원전(토마리)은 건물 위로 비행기가 떨어져도 끄떡없고 가장 강력한 지진,규모 8.0의 강진도 견뎌낼 수 있다고 자랑했으나 불과 몇 년 후 동일본 지역에 9.0의 강진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이 초토화 됐다.
구마모토 강진으로 두려운 것은 규슈 지역에서 잇따르고 있는 지진의 진앙이 점차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강진이 환태평양 조산대를 따라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분석이고 보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환태평양 지진대를 형성하고 있는 ‘불의 고리’가 요동쳐 지구촌이 지진 공포로 긴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진이 우리 곁에 와 있는 느낌이다. 이번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리히터 규모 6.5 및 7.3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40명 이상이 숨지고 부상자도 1000여 명을 넘었다.
또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강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600명 넘게 사망했고 실종자도 17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연이은 지진에다 아소산이 화산 활동까지 재개돼 공황상태에 빠져 들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지진은 30년 내에 발생할 확률이 70% 선이라고 예상한다. 그 지역에는 이카타 원전이 있다. 이 일대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붕괴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약간 떨어져 있지만, 지진의 규모에 따라 강진의 여파가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섣부른 불안 심리 조성은 경거망동이다.
그렇다고 지진이 일어나 봐야 지진인 줄 알겠다는 식으로 앉아서 기다리는 건 더욱 안될 일이다. 대응 수준을 격상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한국의 원전은 공교롭게도 경상도 지역에 몰려있다.
경상도 해안지역에는 무려 18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조선시대 지진발생 통계를 보면 경상도 지역이 32.4%로 가장 높다. 인명피해가 가장 컸던 지진은 779년 경주 지진으로 10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구마모토 지진처럼 가까운 일본의 지진대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 구마모토 지진 때 부산 등지에서 건물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대거 접수되는 등 해당 지역은 발칵 뒤집혀 놓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을 얻었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재앙이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최근 들어 지난해 12월 전북 익산에서 규모 3.9의 지진이, 2014년에는 충남 태안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일어나는 등 규모도 점점 커지는 추세여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지진의 신호를 주고 있는 느낌이여 불안하다.
한밤의 지진 공포에 떨었던 사람들의 모습에서 남의 나랏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주변 해역에 거대 대륙판 등의 경계가 없어 대형지진의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다.
하지만 지진이 잦은 활단층 지대를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도 진작부터 제기되고 있어 마음을 놀 일은 아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밀한 지진예측 조사와 함께 내진설계 유무를 감안한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의 건축물 10곳 중 7곳이 대형 지진에 무방비 상태여 대형지진을 맞을 경우 아찔하다. 특히 민간의 지진 대비는 미흡하기 짝이 없어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 지방세 감면 혜택을 확대하는 등 국민안전처를 중심으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이다.
지진이 날 때마다 대책을 촉구하지만 대비 태세와 경각심은 낮은 수준이다. 지진 무방비 상태는 큰일을 막을 수 없다. 지진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재난안전망 구축은 물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진 안전 훈련도 지속적이고·반복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지진 앞에서는 잠깐의 방심조차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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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 2016-05-01 17:48:59
일본 지진의 여러유형을 비교분석하여 말씀해주시니 우리나라도 큰 재앙에 대비하는 훈련이 필요할 때입니다.꿈 영화가 꿈이아니거늘

번개 2016-04-26 17:09:19
이제라도신축 건물에는 지진에
대비할 필요가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