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섬마을 선생님의 눈물 닦아주자
[월요논단] 섬마을 선생님의 눈물 닦아주자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06.12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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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로 시작돠는 노래와는 정반대의 천인공노할 일이 외딴섬에서 일어났다.
섬마을 새내기 여교사를 섬주민 3명이 성폭행한 사건은 혼탁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냈다.
전남 신안군의 섬에서 발생한 여교사의 끔찍한 집단 성폭행사건은 충격적이다. 아무리 막돼먹은 세상이지만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상대로 입에 담기조차 싫은 몹쓸 짓을 한 세 사람은 인간으로서 부끄러울 뿐만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저지른 범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 새내기 여교사는 식당 주인이자 학부형 등 주민 3명으로 부터 엽기적인 성폭행을 당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경찰에 구속돼 검찰에 송치된 가해자들은 수사과정에서 금수같은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말을 바꾸는 등 일부 혐의를 부인해 분노까지 사게 했다.
외딴섬이 아니었다면 학교 관사에서 이런 흉칙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섬이라는 폐쇄적인 환경속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입에 차마 담기도 힘든 끔찍한 사건으로 치부됐다.
섬마을 새내기 여교사가 인두겁을 쓴 주민들에게 유린당하고 고통 받는 단어로 각인되고 말았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여교사는 침착하고 강인하게 대처했다. 그는 정신이 들었을 때 자기 몸의 이상을 감지했다.
여교사는 범죄의 온갖 증거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 수치심에 무너지지 않은 젊은 여교사의 강인한 정신과 현명한 대처가 우리 사회를 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교사는 이같은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고 몸을 씻어내지 않은 채 첫 배로 육지인 목포의 큰 병원으로 나갔다.
황망함에 무너져 내리기 보다 증거 확보를 위해 바로 조치를 취했다. 정신적 충격과 공포 속에서도 발뺌할 구멍을 남기지 않기 위한 여교사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여교사의 침착하고 용기 있는 대응이 ‘성폭행’ 사건 대처의 모범 매뉴얼이 됐다.
또 칭찬받아 마당해야 할 일은 현지 경찰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초동조치는 완벽했다.
현장의 옷과 이불을 수거하고 여교사를 파출소로 옮겨 보호하고 섬에서 첫 출항하는 배에 여교사를 태워 목포경찰서에서 신속히 옮기고 정밀조사를 펼치는 등 물증 확보에 공을 세운 경찰의 각별한 노고가 깔려 있다.
그 바람에 미제사건였던 대전 성폭행 사건이 3명의 피의자 중 한 명이 끼어 있어 9년만에 실마리가 풀리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유전자)감정 결과로 개가를 올렸다.
패륜적 사건을 해결한 것은 여교사의 용기 있는 행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끄러움을 무릅쓴 여교사가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는 용기와 결단이 많은 사람들로 부터 격려를 받았다. 외딴 섬으로 발령돼 온 새내기 여교사는 주민들의 보호를 받으며 섬주민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왔는데 학부모가 낀 주민들에 의해 끔찍한 범행대상이 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렇지 않아도 교권이 땅에 떨어져 한탄이 심심치 않는 가운데 이제 교사가 성범죄 대상까지 됐으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최근 연약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충격이 크다.
서울 ‘강남역 묻지 마 살인’, ‘수락산 등산로 살인’ 사건 피해자가 모두 힘없는 여성이여 가해자들에 대한 일벌백계는 물론 여성 보호를 위한 획기적 치안 대책이 요구된되고 있는 시점이다.
교육부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관계자 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법썩을 피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정’에 나서고 있다. 여교사의 도서벽지 발령 고려, 도서벽지 승진점수제도 개선, 현지 학교 관사에 CCTV설치, 방범시설 강화 등 보충 방안에 나서자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란 비난이 빗발쳤다. 
이런 대책들은 응당해야 할 일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 탁상행정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최우선적으로 수렴해 특단의 안전대책 강구가 촉구된다. 빼내든 칼이 제대로 작동될 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두고 볼 일이다.
신안군 섬마을 새내기 여교사 성폭행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섬 주민들이 나쁜 소문이 퍼져 관광객 등이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는 씁쓸한 얘기는 분노를 더욱 가중케 했다.    
섬마을 여교사사건 후 신고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피해자만 빼고 대부분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지냈을 것이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해서 발생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성범죄를 눈감고 넘어갈 경우 부작용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 섬은 옛날에 유배지로 알려졌고, 60~70년대에는 파시로 떠들썩했던 섬이다.
이번 사건으로 공무원이나 교사들이 기피해 다시 현대판 유배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더 큰 태풍과 해일이 오기 전에 정신을 차리고 튼튼한 방파제를 세울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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