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동전 급여’ 사업주 갑질 사라져야 한다
[월요논단] ‘동전 급여’ 사업주 갑질 사라져야 한다
  • 임명섭 주필
  • 승인 2016.06.1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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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어눌한 한국어를 흉내 낸 코너가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외국인노동자 ‘블랑카’로 분한 개그맨의 “사장님, 나빠요”라는 대사는 당시 꽤 유행했다.
블랑카 코너가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풍자적으로 잘 그렸다는 점에서 공감이 컸다. 10여 년이 지나 인기 개그 코너를 다시 떠오르게 하는 비슷한 일이 생겼다. 이번엔 급여를 동전으로 받았다면 당신은 어떠 기분일까?
당연히 열 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동전 급여라는 뉴스는 잊을만 하면 생긴다. 임금을 안주어 근로자와 문제가 생기면 통장으로 임금을 주거나 지폐로 직접 주는것이 아니라 100원, 500원짜리 동전으로 지불한다.
이럴 때 갯수가 많고 무거운 동전으로 급여을 받아가는 근로자의 마음은 어떠할까? 일을 했으면 임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경우 기업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나 열약한 국내 종사자들에게 동전 급여로 갑질하는 인권유린 사례를 볼 수 있다.
근로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특히 조금이라도 나은 돈벌이를 위해 이국만리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말 조차 서툰 이들 근로자들은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쓰지 않고 일하는 헛점을 악용해 사업주의 횡포가 심하다.
최근 경남 창녕의 한 건축업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A 씨 등 4명에게 밀린 급여 440만 원을 100원, 500원짜리 동전 2만2802개로 바꿔 사무실 바닥에 쏟아 놓고 자루에 담아 가라고 했다.
건축업자는 근로자에게 줄 임금을 동전으로 주기 위해 3시간에 걸쳐 창령시내 은행 지점 6곳을 돌아 다니며 동전으로 교환해 여러 개의 자루에 담아 왔다. 업주는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동전을 쏟아 붓고 동전을 세어 가져가라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4명은 합숙소인 원룸에서 밤새 정리작업을 한 뒤 다음날 단골 슈퍼마켓 주인의 도움으로 동전을 차에 싣고 시중은행을 돌며 환전하려했으나 ‘동전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지폐로 바꾸지 못 했다.
결국 한국은행 경남본부에서 겨우 환전을 했다. 해외 근로자들이 타국 땅에서 느낀 모멸감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면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명백한 ‘갑질’이였다.
건축업자는 공사대금 결제가 늦어져 임금을 제때 주지 못했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를 밀미로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아 화가나 동전 급여의 갑질을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사업주의 임금 갑질은 지난 3월, 성남시 중원구의 한 대학 앞 음식점에서 일하던 직원도 밀린 임금을 달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임금 17만 4740원을 천원짜리 지폐 4장을 뺀 나머지를 10원짜리 동전으로 갑질 급여의 횡포를 받았다.
또 지난해 2월 울산에서도 갑질 급여로 말썽이 됐었고 4월에는 충남 계룡시에서도 동전으로 임금을 지불해 비난 여론이 들끓기도 했었다. 사업주들의 이른바 ‘동전 갑질’은 외국인 근로자나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 등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물론 임금을 동전으로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수만개의 동전으로 임금을 지불했다면 누가 봐도 정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법 준수 이전에 인간존중과 인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든다.
우리나라의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임금 지급에 대한 원칙으로 ‘통화불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 원칙에는 ‘임금은 근로자에게 통화로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을뿐 그 통화에 대해 ‘동전 등의 지급은 않된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명시되지 않했다.
때문에 10원짜리 동전 등으로 임금을 지불하더라도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10원짜리 동전은 일상생활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한다면 갑질 급여 사업주는 종업원들에게 일종의 ‘복수적’ 의미로 동전을 사용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때문에 갑질 급여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안효대 의원)이 체불임금 동전지급을 법으로 규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 환경노동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되고 말았다.
이처럼 노동시장에서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사업주의 그릇된 갑질 급여 행패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이 무시당하는 사업주의 횡포를 막아 부끄러운 우리 사회의 및낱을 보여 주지 말아야 한다.
열약한 노동시장에서 근로자가 인권과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갑질 급여 형태는 특정 개인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약자에 대한 멸시와 차별 행위나 다름없다.
근로자에게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악덕 사업주도 문제지만 제도적 장치 마련을 소홀한 당국도 문제다. 근로자를 경제발전을 위한 동반자로 인식한다면 약자인 근로자를 짓밟는 악의적인 인권 유린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이 세워 져야 한다. 
사업주들의 갑질 급여 횡포는 이번만의 일이 아니기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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