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이 정상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체육계 난맥상들
‘비정상이 정상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체육계 난맥상들
‘나쁜사람’ 솎아내고, 스포츠4대악·에이전트는 밀어붙이고
  • 연합뉴스
  • 승인 2016.11.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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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탓에 평창올림픽 마케팅은 지지부진
박태환·‘피겨여왕’ 김연아 ‘국민 남매’도 ‘미운털’ 의혹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이 21일 알려지면서 최근 체육계에 만연했던 ‘비정상의 정상화’ 구호가 얼마나 헛된 것이었는지 드러나고 있다.
일부 체육 관계자들은 “비정상을 정상처럼 느껴지게 한다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 아니냐”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뜬금없이 ‘스포츠 4대악’을 주장하며 ‘스포츠에 만연한 범죄를 소탕하겠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 결국은 최순실-정유라 모녀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체육계에서 벌어진 일들, 그리고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최순실 퍼즐’이 맞아 들어가면서 비로소 밝혀진 일들이 있다.

◇ ‘나쁜 사람’ 찍어내기 = 2013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은 갑자기 경질했다.
당시 문체부는 경질 사유로 체육 개혁 등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체육계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다.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이후 한직으로 밀려났다가 올해 초 박 대통령이 “이 사람들이 아직도 (공직에) 있느냐”고 재차 문제 삼아 결국 공직을 떠나기까지 했다.
알려진 대로 이들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 대회에서 정유라 씨가 우승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상 조사를 했으나 최순실 씨 측이 원하는 보고서를 올리지 못해 쫓겨난 것으로 사실상 밝혀졌다.
조사를 지시한 청와대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올렸더라면 승승장구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탓에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셈이다.
최근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이달 초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복직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 평창올림픽도 최순실-장시호의 ‘먹잇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세 번의 도전 끝에 개최권을 따낸 국가적 행사다.
그러나 최순실 씨 일가에게는 평창도 하나의 ‘수익 사업’에 불과했다는 정황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최순실 씨 소유의 회사 더블루케이와 업무 협약을 맺은 외국계 회사 누슬리를 개폐회식 공사에 참여시키려 한 것도 그중 하나다.
그 바람에 사업이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사업비도 약 370억 원이 더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각종 이권 사업에 대한 결재를 꼼꼼히 챙긴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갑자기 교체된 이면에도 최순실 씨가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잦은 조직위원장 교체는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올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현지에서 우려할 정도였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정부는 평창올림픽의 마스코트를 호랑이에서 갑자기 진돗개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려 대회 홍보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기도 했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도 문체부에서 1년 6개월 사이에 6억700만 원, 삼성으로부터 16억 원을 후원받는 등 평창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달려든 흔적이 역력하다.
국내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느라 정작 평창올림픽 후원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최순실 사태’가 평창에 미친 악영향이다.

◇ 뜬금없는 에이전트 산업 강조 = 문체부는 지난해부터 유독 에이전트 산업 활성화를 강조했다.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하고 입단 및 이적, 광고 출연 등 마케팅 분야를 담당하는 대리인이다. 선수 권익 보호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고액 연봉 선수가 아니면 큰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점과 일부 무자격 에이전트들로 인한 선수 피해 등의 부정적인 부분도 있는 분야다.
그러나 2015년부터 문체부에서 에이전트 산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체육계에서는 ‘뜬금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포스코와 그랜드코리아레저 주식회사(이상 GKL)에 스포츠팀 창단을 사실상 지시하고 그 에이전트 업무를 최순실 씨 소유의 더블루케이에 맡기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즉, 문체부가 유달리 에이전트 활성화를 강조한 것은 더블루케이를 밀어주기 위한 정책이 아녔느냐는 의혹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체부는 “에이전트 산업 활성화는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필요성을 제기하는 체육계 의견을 모아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사안”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최순실 씨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았다고 보기는 도저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체육단체 통합과 박태환 문제 = 올해 초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과정은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 단체의 통합은 예전부터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통합 과정이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거칠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론 여기에는 기득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는 구 대한체육회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었으나 찍어누르기 식으로 일을 진행한 문체부의 고압적인 태도로 상처를 받은 체육인들이 많다는 지적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2014년 도핑 양성 반응으로 올해 초까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놓고 벌인 법정 공방도 '불통'을 상징하는 사례가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의 규정에 맞지 않게 강화된 국내 규정을 근거로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려 했던 당시 문체부의 방침은 최근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이 박태환을 따로 만났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특히 약물과 관련한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강화한 이면에는 정부의 강력한 ‘스포츠 4대악 근절’ 드라이브가 있었고 이것의 시발점이 바로 2013년 정유라가 출전한 승마대회였다.

◇ 김연아도 ‘미운털’ 의혹 = 박태환에 이어 ‘피겨 여왕’ 김연아도 정부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2014년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요청받았으나 불참하면서 지난해 대한체육회 스포츠영웅 선정에서도 수상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체육회는 당시 선정위원회에서 50세 이상 선수를 대상으로 하자는 내부 기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해 스포츠영웅에 선정된 인물은 양정모(63), 박신자(75), 김운용(85) 씨 등이었다.
일단 김연아 측은 “늘품체조 시연회 불참으로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50세 이상’이라는 나이 기준에 비난 여론이 높자 대한체육회는 올해 스포츠영웅으로 김연아를 선정해 23일 헌정 행사를 한다. [충남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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