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잃어버린 11년과 ‘냉면 열풍’
남북정상회담, 잃어버린 11년과 ‘냉면 열풍’
  • 탄탄스님
  • 승인 2018.04.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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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야 할 남과 북의 관계가 이질화되고 더욱 적대화 된 시기인 ‘잃어버린 11년’은 참으로 길고도 먼 길이었다.

민간인 차원의 교류며 공식적인 남북 관계조차도 이념과 핵무기에 묻혀 진전도, 조짐도, 한 치의 양보나 배려도 없다가 광화문 광장의 촛불 시민혁명으로 이룬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 이후에야 제대로 물꼬가 트여 그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1년 만에 열린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그 가운데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 중 하나가 바로 ‘평양냉면’이다. 과연 한반도의 봄을 향한 스타가 ‘냉면’이 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가져왔는데, 대통령님께서 좀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멀리 온, 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좀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마디에 정상회담 다음 날인 주말 점심시간에는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평양냉면을 먹으려는 이들로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서울 시내의 유명한 냉면집은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로 긴 줄이 늘어서 바야흐로 때 이른 ‘냉면열풍’이 불었다.

냉면집 주인들은 정상회담 후 손님이 늘었다며 연신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시민은 정치적 문제보다도 거부감이 덜한 음식인 평양냉면을 먹으며 이번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의 평화가 이어질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제는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더욱 실감 하게 된다. 남쪽의 연예인들이 냉면을 먹는 사진이 언론에 빈번하게 실리고 있으며, 1987년 ‘바람아 멈추어다오’로 인기를 끈 대중 가수 이지연(48)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CNN에 출연해 평양냉면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현재 이지연은 현재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국식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다룬 ‘CNN TODAY’에 출연해 평양냉면을 소개한 방송에서 이지연은 ‘전직 K팝스타’라고 소개되었는데, “냉면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평양냉면은 한국에서 여름에 많이 먹는다. 영양이 많고, 차갑고 깔끔한 느낌에 한국사람이 많이 찾는다”고 소개를 하였다.

이지연은 “냉면 만드는 방식에서 남과 북 간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남쪽의 냉면은 북한에 비해 다소 맵고 단맛이 더 있다”고 답을 했다. 또 프로의 진행자는 “가족 중에 남과 북으로 갈라진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으며 이지연은 “한국전쟁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헤어지게 됐다. 할머니만 남쪽에 남아 4명의 자녀들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나는 전후 3세대로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다시 우리가 교류하게 된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며 “언젠가 내가 평양에 가보게 된다면 꼭 냉면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하였다.

“이번 교류가 한 번으로 끝나선 안 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간다면 그게 가능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문화 교류일 수 있고, 냉면 같은 음식도 하나가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번 회담의 과제를 모두 담고 있는 이지연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냉면광인 필자도 냉면열풍이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외세에 의하여 분단된 우리 민족에게 새로운 봄이 어서 오고, 분단되어 더욱 고착화되어가는 이 시점을 타개할 민간교류와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 하루속히 앞당겨지길 간절하게 바랄 뿐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서도 당리당략을 앞세우는 눈치 없는 야당 당 대표의 도를 넘는 발언이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이 나라의 무지한 정치인들도 이제는 좀 대승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을 지녔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발 “냉면 좀 먹고 속 좀 차리라”는 충고를 한다고 하여도 큰 실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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