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달 기획-가족의 해체 ①] 출산율 '뚝', 이혼율 '쑥'… 흔들리는 대한민국
[가정의달 기획-가족의 해체 ①] 출산율 '뚝', 이혼율 '쑥'… 흔들리는 대한민국
혼인 건수 43년 만에 최저, 황혼 이혼은 큰 폭 증가… 가정불화로 인한 존속살해 등 갈수록 늘어
  • 김일환 기자
  • 승인 2018.05.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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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의 급격한 변화로 공동체 의식이 붕괴되면서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출산율은 곤두박질 치고 버려지는 아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 노부모를 노인시설로 내몰면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본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오늘날 가족사회 실태와 현실을 재조명하고자 기획시리즈 ‘무너지는 가정, 흔들리는 사회’를 6회에 걸쳐 보도한다. 

[충남일보 김일환 기자] 5월 가정의 달이다. 1989년 유엔(UN)에서 5월 15일을 ‘세계가정의 날’로 지정한 이래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가정의 날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2004년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은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했다.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8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까지 가정과 밀접한 기념일이 가득하다.

하지만 요즈음 시대가 변하면서 세대마다 개인마다 가정의 달을 느끼는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많은 가정이 무너지면서 사회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고 최근에는 노년 이혼문제로 법률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 우리나라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위, 아시아에서는 1위다.

일본에서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신혼부부들이 나리타 공항에서 헤어진다는 뜻으로 쓰이는 ‘나리타 이별’은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게 됐고 황혼이혼이란 말도 이제 생소하지 않게 됐다.

아동 및 가족 관련 정책들은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대전시 서구에 사는 이모(28·결혼 4년 차)씨는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남편과는 2년 전 이혼했다. 남편 최(33)씨는 결혼 직후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가정불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잦은 말싸움은 폭언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폭력사태까지 번졌다. 

# 중구에 사는 김모(37·결혼 8년 차)씨도 어린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보험사에서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쉽지만은 않다. 아이 둘을 돌보는 건 노쇠한 할머니 몫이다. 
차라리 결혼하지 않았으면 하는 푸념까지 내놓는다.

 

이처럼 대전지역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이혼 가정이 늘고 있다. 반면 혼인 가정은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따지는 조혼인율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조혼인율은 2007년만 해도 7건을 기록했다가 2015년 6건이 무너진 뒤 5건도 위태로운 상황으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6.1%(1만 7200건) 감소한 26만4500건으로, 1974년(25만9600건) 이후 4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1996년에만 해도 43만 건이었던 혼인건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30만 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20만 건대로 추락했다.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 대비 1.2%, 1300건이 감소했다. 이 같은 이혼 감소는 결혼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작용했다. 혼인 건수에 비례해 보면 감소한 수치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전은 혼인 건수가 7697건으로 전년 8325건보다 628건(-7.5%) 줄었다. 2000년 9664건에서 2015년 8805건으로 떨어진지 2년 만에 또 한 번 앞자리가 바뀌었다.

조혼인율도 2000년 7건에서 지난해 5.1건으로 감소했다. 시도별 조이혼율은 인천, 제주(2.4건)와 충남(2.3건)이 높고 세종, 서울, 대구, 광주(1.8건)이 낮았다.

혼인 건수 감소로 이혼 건수도 감소했다. 2013년 3003건, 2014년 3221건, 2015년 2999건으로 1988년부터 해마다 늘다가 지난해 2890으로 3건이 감소한데 이어 또 다시 전년보다 35건이 줄어든 2855건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혼인 건수 감소는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전년 대비 11.9% 줄어든 35만77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도 1.05명으로 1970년 집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혼인 건수의 감소의 영향으로 이혼율은 감소 추세지만 결혼 20년 이후 황혼 이혼 비중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결혼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3124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보다 1.3배 늘어났고 전체의 31.2%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가정사회가 무너지면서 사회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혼, 별거 등 가정의 붕괴로 버려지는 아이와 학교 밖 아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패륜범죄와 청소년 사회적 범죄도 위태로울 만큼 심각해져 가고 있다. 

지난 2015년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존속살해는 381건, 비손살해는 230건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기준 존속살해는 50~60건, 비속살해는 30~40건 정도 발생했으며 매년 증가 패턴을 보였다.

지난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존속범죄 현황’ 자료에도 2013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존속살해 범죄는 252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평균 4.5건에 해당하는 수치다.

자녀살해 동기로는 ‘가정불화’ 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경제적 어려움 27%로 생활고로 자녀의 목숨까지 빼앗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모에 의해 희생되는 자녀 59%는 물리적으로 저항하기 힘든 9세이고 27.9%는 10살에서 19살 사이 미성년으로 전체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가해자인 부모의 연령대는 30∼40대가 전체의 약 77%로 나타났다.

10대 미혼모들의 영아유기는 2010년 69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영아 유기(109건)와 베이비박스(168건)에 맡겨진 영아는 총 277건으로 자녀양육에 대한 부담이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사회인식 변화로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더 중요시되면서 이혼 상담을 하는 연령대가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해져 가고 있다”면서 “고령사회 현실이 반영돼 노년 이혼 및 성년후견과 관련된 상담도 증가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간 문제도 이혼 자체보다 이혼에 따른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 금전 문제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신민환 대전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경감)은 “가정폭력은 가장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껴야 할 가정에는 발생하는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중대범죄로, 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 다양한 범죄로 이어지는 시발점이기도 하다”며 “이를 쉽게 발견하고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웃에 대한 관심과 신고의식이 필요하며, 가정폭력이 중대한 범죄라는 개인과 사회의 인식변화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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