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12년 만에 가로지른 유라시아: 항저우에서 쿠어까지
[김창현 칼럼] 12년 만에 가로지른 유라시아: 항저우에서 쿠어까지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8.06.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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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 필자는 중국에서 유럽까지 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다. 장장 7개월에 거친 유라시아 횡단여행 끝에 여행기, ‘질러, 유라시아!’를 출간했다. 이 책은 필자가 지리학 전공자라는 타이틀로 쓸 수 있는 가장 ‘지리적’인 저작이었던 것 같다. 

톈진에서 출발해 프랑스 파리에서 마쳤던 이 여행은 세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는 중국 항저우에서 시작하여 스위스 취리히에서 마무리하는 출장을 다녀왔다.

비즈니스 목적의 여행이지만, 12년전 여행이 오버랩 되면서 상당히 다채로운 감정들이 느껴졌다.
필자는 항저우라는 도시가 조금 익숙한데, 화가였던 필자의 부친이 항저우 여행을 다녀와서 이 지역 풍광을 그림으로 그렸기 때문이었다.

그 때만 해도 항저우는 그저 시후(西湖)가 있는 관광도시인 줄로만 알았다.
항저우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가 위치한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항저우의 깔끔한 거리와 거대한 건물의 위엄은 결코 서울이나 부산에 못지 않았다.

참고로 2018년 항저우 전체 집값 평균은 제곱미터당 2만6000위안 전후이다(30평대 아파트의 경우 4억4000만 원, 참고로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은 6억 원이다). 알리바바로 시작된 항저우의 붐은 집값에도 반영된 모양이다.

항저우 호텔에는 실제로 서빙하는 로봇이 사용되고 있었다. 직원이 나에게 보여주겠다면서 로봇을 작동시키자, 로봇은 스스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유유히 서빙을 하러 갔다.
 
아무리 알리바바의 도시라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서빙 로봇이 상용화되고 있다니 충격적이었다. 어떤 점에서 중국은 분명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 

중국 다음인 스위스 쿠어(Chur)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했다. 취리히에서 늦은 시각 도착한 우리는 예약해둔 차량를 타고 쿠어로, 쿠어에서 렌쩨르하이데(Lenzerheide)라는 작은 도시에 방문했다.

사실 이 곳은 원래 스키로 유명한 스위스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이다. 곳곳에서 스키를 타기 위한 리프트 시설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회담장소인, 쿠어는 스위스에서도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사방이 험준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는 고즈넉한 역사 도시이다.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 이뤄진 비즈니스 회담이라면 성사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이틀간의 격렬한 토론 끝에 비즈니스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20대의 필자는 ‘질러, 유라시아!’에서 ‘장소의 특징’을 기록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30대가 되어 다시 돌아보면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생각인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궁금했던 20대의 필자에게 문득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사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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