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선명한 정체성이 우선순위를 가른다
[양형주 칼럼] 선명한 정체성이 우선순위를 가른다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9.02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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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 씨의 ‘빛의 제국’은 북한에서 남파된 고정간첩의 이야기다.

주인공 김기영은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이었는데 10년 동안 아무런 지령을 받지 못했다. 북한이 경제난으로 공작금을 제대로 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런 지령 없이 10년간을 살아가며 어느새 자기가 간첩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 만에 북한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지령의 내용을 열어보니 당장 내일까지 북으로 올라오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기영의 고민이 시작된다. 지난 10년간 남한 생활은 정착단계를 지나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다시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북으로 올라가야 하는가? 아니면 지령을 무시하고 여기서 살아야 하는가?

간첩은 보낸 국가에서 하라는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지령 없이 10년간 살아오면서 평범한 가정을 꾸려왔고, 이런 가정의 가장으로 행복을 맛보며 살아오다 보니 자신의 간첩됨을 부인하고 싶다.

간첩으로서 정체성이 흔들렸다.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니,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지, 삶의 우선순위도 흔들렸다.

우리가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누구이며, 누구로서 살아가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이들이 우울한 사회 분위기와 치열한 사회구조가 정의하는 나를 받아들이며 힘겨워하고 있다.

나는 외적 조건 아닌 있는 모습, 그대로의 참 괜찮은 나로서의 선명한 정체성이 있는가? 그리고 그 정체성에 따라 분명한 우선순위를 따라 살아가는가?

어느덧 9월, 가을의 길목이다.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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