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카이로스가 지나가기 전에
[양형주 칼럼] 카이로스가 지나가기 전에
  • 양형주 대전도안교회담임목사
  • 승인 2018.09.09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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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어에는 시간을 의미하는 단어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자연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의미하는 ‘크로노스’다. 카이로스를 알기 위해 우리는 시계를 보고 달력을 본다.

또 다른 시간은 ‘카이로스’다. 우리에게 특별한 때 또는 기회, 특별한 사건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말한다.

카이로스는 사건과 사건이 부딪치며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재미있는 것은 카이로스는 그리스 신화에 아주 독특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헬라 문화권 여기저기서 카이로스 신상이 발견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앞에는 머리가 길게 나와 있다.

그런데 머리 뒤쪽을 보면 맨들맨들한 대머리다. 앞에만 머리가 길게 자라있다. 손에는 저울과 추가 있고 뒤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왜 이런 특이한 모양일까?

카이로스의 앞머리가 긴 것은 카이로스가 앞에서 다가오면 잡기는 쉽지만 카이로스가 지나가고 뒤에서 잡으려면 머리가 없기에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카이로스가 올 때 우리는 지혜의 저울과 추를 갖고 잘 판단해야 한다. 카이로스를 잡지 않으면 뒤에서 잡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날개가 달려 있어 재빠르게 멀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 이벤트로서의 사건, 정말 소중한 기회로서의 사건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분별하고 붙잡을 수 있을까?

성경 전도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우리 인생을 빚어가기 위해 중요한 순간마다 인생의 카이로스를 주시는데, 아이러니 한 것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측량할 수 없게 하셨다(전3:11).

그래서 보통은 이런 카이로스가 지나가고서야 깨닫는다. ‘아, 그 때는 이것을 하지 말고 저것을 했어야 했는데’, ‘아, 그 때는 힘들어도 좀 더 버티고 있어야 했는데!’ 늘 이런 아쉬움들이 남는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회가 정말 좋은 기회인지 아닌지를 잘 분별해야 한다. 그래서 구약성서의 위대한 지도자 평생 모세는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시90:12).

내 인생에 더 소중한 기회가 가기 전에 지혜의 추와 저울로 카이로스를 잘 분별하라.
지나가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다시 잡을 수도 없고 잡힐 기회도 아니다. 그렇다면 지혜의 추와 저울은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성경에 따르면 지혜의 근본은 자신의 독선과 오만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무리한 나의 욕심과 욕망이 앞설 때, 카이로스는 멀리 도망간다. 지금 내 인생의 카이로스는 어디쯤 왔는가? 혹시 왔다가 뒤돌아가려고 하지는 않는가? 카이로스가 지나가기 전에 겸손하게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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